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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노 Art Nomad Aug 03. 2016

무게가 느껴지는 등 이었다

[모두다에서 글쓰다가] 

'모두다'에 앉아 새벽까지 글을 쓰는 중이었다. 

칼럼 연재 마감은 이미 넘겨버렸고 웹툰마감도 내일까지는 해야 하는 데 어제 갑자기 앞 뒤가 막혀 깜깜해지더니 오늘 이렇게 고생이다. 


'모두다'의 낮은 소리들로 가득 찬다. 여기저기 때로 종이 울리고 때로 책상을 뽀개며 때로 환호와 비명이 오가는. 밤이 주는 고요는 낮의 소리와 대비되지만 다행히 무섭지는 않았다. 오히려 푸근하달까? 어릴 적 늘 부러워하던 장난감 많은 친구의 방을 통째로 차지한 느낌. 마감의 압박만 없었다면 뒹굴면서 이 게임 저 게임하면서 끝도 없이 늘어 놀 수도 있겠다. 


공간은 따뜻함을 주는 데 글을 쓰는 손은 앞 뒤가 막혀 답답한 마음에 밖을 잠깐 나갔다. 건물 현관을 나서는데 삐이삐이 소리와 함께 큰 트럭이 뒤로 후진을 하더니 이번엔 바삭바삭 소리가 났다. 트럭 위로는 흔들리는 차에서 애써 중심을 잡으며 밑에서 던지는 더미를 분리하는 분이 계셨다. 


아 재활용 걷어가시는구나. 


차 곁 도로 위에는 세 명의 다른 미화원분들이 뛰어다니면서 근처에 있는 재활용 더미를 모아 트럭으로 던지고 있었다. 가로등 밑으로 반짝 온몸을 덮은 땀이 비쳤다. 왜 였을까. 한두 번 보는 광경도 아닌데 갑자기 다시 뛰어 올라와 음료수 5병을 들고 내려왔다. 해갈은 안되어도 목이라도 축이실 수 있을까 해서. 차는 이미 골목 저 끝까지 가 있었다. 놓칠까 마음이 두근 거렸다. 차가운 음료병을 안고 뛰었지만 이미 잡을 수 없었다. 


오지랖은 원래도 넓지만 오늘은 엉뚱한 생각이 들어서였던 거 같다. 

근처에 훌륭한 사업가들을 많이 둔 덕에 '혁신'이 무얼까를 생각하며 늘 변화해야 살아남는 다고 생각하는 요즘이었다. 단 돈 천 원짜리 볼펜을 팔든 라운지가 있는 소호형 오피스를 멤버십으로 내든 제품, 판매 시스템, 디자인, 홍보시스템, 서비스 마인드, O2O, B2B, B2C 고려해야 할 건 넘쳐나게 많았다. 정성과 바른 생각은 물론 품질과 서비스가 좋아야 하는 건 기본이다. 그럼에도 뒤쳐진다면 더 빠르고 더 새롭게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정신 차리자'를 몇 번이나 되새겼는지. 

사회적 기업이자 스타트업인 '모두다'에서 일하는 것뿐 아니라 '글쟁이', '예술쟁이'로 살아가는 날들도 빨리 파악하고 빨리 해내지 못하면 치일까 하고 또 쥐어맸었다. 


그런데

내가 꾸준히 버리는 쓰레기를 꾸준히 치워주는 사람이 있었다. 꾸준한 땀을 흘리며. 

문득 궁금해졌다. 저 분들에게도 성과급이라는 게 있을까.

청소를 혁신적으로 해내는 시스템 개발이라거나 자신들이 하고 있는 저 꾸준한 일에 대한 홍보처가 있을까. 


사업 초기에는 누구나 힘들다. 그래도 배우면서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배움을 통해서 무언가 해보고 해보니 반응이 있었다 싶으면 그 맛이 그렇게 또 짜릿하다. 그러니 지금은 힘들어도 기대할 것도 많다. 


그래 

계속 이상하다 생각했다. 왜 갑자기 궁금했을까. 생각해보니 오늘 뵈었던 미화원 분들은 지나치게 고되 보인다거나 지쳐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단단함이 느껴졌을 뿐. 

통상적으로 들 쉬이 안타까워한다거나 위아래로 훑어보는 것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정말 다양하고도 많은 요행과 사행을 바라는 사회에서 오늘 내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한다는 것.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숨 죽인 삶. 그걸 매일 감당하는 기분은 어떤 걸까?  

품이 덜 들고 잠을 더 자고 냄새가 덜 나는 다른 업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니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무게가 느껴지는 그런 등이었다.

그래서 갑자기 그렇게 가슴이 뛰고 

좋아하지도 않는 

아버지가 생각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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