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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노 Art Nomad Feb 12. 2019

열하나. 당신을 알아보게 하는 건
당신의 표정.

깨달음은 순서대로 오지 않는다. 

그림을 배우려면 정석대로 배워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찾아보지 않은 검색어가 있었다. 바로 유튜브를 열어 'animal cartoon'이라고 쳐봤다. 


 https://youtu.be/GFVXQHncaoc

유튜브 채널 'Draw with Jazza'의 <How to Draw Cartton Aninals! (feat. Jullein Art)> 


열자마자 깨달았다. 'animal drawing'이라는 검색어로 동물 그리는 법에서 찾은 영상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한 건 '표정 ' 때문이었다. 내가 강아지 둘, 고양이 하나 그간 고양이 가족이 하나 더 늘었다. 를 키우며 표현하고 싶었던 건 엄밀히 말하면 보이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었던 게 아닐까? 

2019년 2월 11일 오늘, 네이버 메인에 관심가는 글이 하나 올라온 걸 우연히 발견했다. 네이버 블로그 '그림이 좋은 사람들'의 <피카소의 유화 그림과 스티브 잡스의 명상>에는 피카소의 말이 인용되어 있었다. 


나는 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을 그린다. 
작품은 그것을 보는 사람에 의해서만 살아있다.



실제 개, 고양이, 말의 동공을 보면 위의 그림과는 다르다. 개는 둥근 동공, 고양이는 세로 동공, 말은 가로 동공을 가졌다. 고양이는 포식자로 움직이는 물체에 집중하기 위해, 빛을 줄이고 포커스를 한 곳에 맞추기 위해 극단적으로 홍채를 확장하고 동공을 줄이는 경우가 있다. 많은 고양이 혐오자들이 무서워하는 바로 그 칼눈이다. 반대로 말은 피식자로 시야를 넓히고 잘 도망가기 위해 가로로 넓은 동공을 가졌다. 둥근 동공을 가진 사람과 다른 이 특성 때문에 고양이, 말, 염소 등이 종종 악마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흰자위가 이렇게도 뚜렷이 많이 보이는 건 다른 동물들과 변별되는 사람만이 가진 특성이다. 


동물에 대한 생물학적인 사전 지식이 있는데도 나는 영상을 보다 '유레카!'하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동물 그리기를 통해 생각을 표현하고 싶다면 의인화가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거다. 그 많은 만화를 보고도 현실과 다름에 대해 의아해하지 않았으니 보고도 알지 못했던 거다. 


주둥이가 나온 개를 그리는 게 어려워서 고양이부터 그려보았다.


그리면서 확실해졌다. 채색 단계로 넘어가면 바탕색, 무늬 등으로 각각을 구분할 수 있을 테지만 스케치 만으로도 각각을 구분할 수 있는 건 역시 표정이구나 싶다. 표정이 다양해지니 직접적으로는 감정이 보이고 시선에 따라 대상과 상황마저도 보이는 듯 느껴진다. 맛있는 걸보고 흥분했을 때, 억울해서 화났을 때, 무언가 보고 소스라 쳤을 때 등. 실제로는 반려동물들이 표정으로 말하기보다 행동으로 말할 때가 더 많다. 꼬리를 흔들거나 몸을 말거나 잔디밭에 구르고 털을 곤두세우며 등을 곧추세우는 등 말이다. 상상의 영역이지만 이걸 표정으로 집약했을 때 좀 더 전달력 있다 생각이 들었다.      


대단히 잘 그린 건 아니다만 10개월의 공백에 비하면 스스로 기특하다 느껴졌다. 


깨달음은 순서대로 오는 게 아닌가 보다. 


Photo by Andrew Seam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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