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친구가 추천해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책을 읽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미혼 여성 두 명이 함께 룸메이트로 살아가는 소소한 삶을 날 것 그대로 그려 보여준 책이다. 현대에서 존재할 수 있는 필요에 따라 해체되고, 합쳐질 수 있는 조립형, 모듈형 가족. 하지만 그 속에 온전히 따스함이 스며있는 삶.
그 후로, 친구랑 장난 삼아 “우리도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처럼 살자! 너 결혼 안 한다 했지? 결혼하지 마! 같이 살자”라는 이야기를 친구랑 종종 하곤 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실현될 줄은 몰랐다. 차이점이라면 그 책의 저자 분들께서는 돈도 있고 직업도 있어 경제적 대책이 나오는 동거 라이프였다면, 우린 그 대책인 '취업'을 목표로 살며 준비하고 있는, '취준 메이트'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룸메 헤어지는 날이 경사 나는 날이다. 당장 우리가 헤어진다는 것은, 누군가 좋은 결과로 취업을 한다는 이야기기도 하니까.
나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취업 준비생 중에 한 명이다. 먼저 이야기하자면, 취업이 어렵다고 하더니 진짜 이렇게나 어려울지 몰랐다.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자기소개서, 인적성, 면접 등 채용 프로세스뿐만 아니라 어떤 회사도 입사하지 못했을 때 생기는 공백기를 대비하는 것까지, 그리고 만료되는 각종 자격시험까지 포함된다는 것을 처음엔 알지 못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적으로 공백으로 남은 나의 시간들을 담대히 받아들일 준비까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취업 준비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나 다른 과정과 결과를 얻는다. 수많은 회사에 맞게 빙의되어 자기소개서를 패기 있게 작성해도 수없이 거절을 듣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나의 역량, 의미, 주체성을 흔들리지 않게 잡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다. 칼럼니스트 '곽정은'씨가 대학교 강의에 오셔서 해주신 말이 기억에 남는다. "취업 시장은 항상 어려웠어요. 앞으로도 계속 어려워질 거예요. 여러분은 정말 많이 떨어지실 거예요. 그리고 그만큼 내가 쓸모없어 보이는 시기도 없을 거예요. 정말 힘들 수도 있어요."
취업 준비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취업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의 삶에 있어서, 수많은 거절 사이에서 나의 쓸모 성을 찾고, 때때로 찾아오는 실패감, 무력감에 대한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것이다. 난 룸메이트와 살면서 그 회복 탄력성을 제대로 기르고 있다.
이거 원, 우울할 시간을 줘야 우울하지. 룸메이트 좋은 점은, 집중할 땐 집중하게 내버려 두고, 가끔 혼이 나가면 혼이 들어오게 직설적인 말도 해주고, 우울할 땐 혼맥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같이 맥주를 마시며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은 같이 운동도 하고!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은 취준생일 수도 있고, 취준 생활을 앞두거나, 겪었던 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취준생 두 명이 같이 살면서 느낀 것은, 우리가 이렇게 다른데, 그리고 그만한 배경과 역사를 가진 사람들인데, 결과 하나로 우리를 모두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도 분명히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우린 모두 다른 배경을 가졌고, 그래서 다른 선택을 했고, 다른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고, 기업은 '적합한 사람'을 원한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적합하지 않았다고 우리가 '절대적'으로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지킬 수 있는 건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우리의 생각뿐이니까. 그냥 평범한 취준생 두 명의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 위로가 필요하시다면, 꼭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을 주셔도 좋아요. 저는 정말 열려있습니다. 항상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