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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가드너 Jan 04. 2021

내 사람들이 도착했을 호텔델루나

호텔 델루나 - 조금 먼저 떠나간 그들의 웃음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걸까. 설리는 왜 하늘나라로 갔을까. 떠난 주변 사람들은 이제 편안할까.


나의 아저씨 - 취업 공채 과정에서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나 스스로 비교하던 나는, 지안의 우울함을 대면하여 현실의 변화 가능성을 믿고 싶었다.

호텔 델루나 -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걸까. 설리는 왜 하늘나라로 갔을까. 떠난 주변 사람들은 이제 편안할까.

이태원 클라쓰 - 직장 내 에서 느낀 진짜 사회적 '갑' 존재에 자기 효능감, 자아 존중감 모두 바닥 치던 나. 과연 위를 보고 올라갈 수 있을까.

걸 보스 - 사회적 성공을 이룬 그녀에게도 쓰레기통의 빵을 주워 먹던 적이 있었다. 나에겐 가진 것 없었어도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해.

로맨스는 별책부록 - 아, 정말 지친다... 며칠 시간을 멈추고, 조용히 책을 읽고 싶다. 하지만, 읽는 것도 꽤 힘이 드니까, 차라리 책에 대한 애정을 다룬 드라마를 다시 찾아보며 힐링해야겠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 - 저런 열정은 대체 어떻게 갖는 거지? 가끔은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럽다. 나도 일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을 때가 있었고, 지금도 있는데. 저런 그녀를 보며 자극받아서 열심히 일해야지.

스타트업 - 나도 초심으로 다시 시작해볼 수 있을까,



호텔 델루나

(20년 2월)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걸까. 설리는 왜 하늘나라로 갔을까. 떠난 주변 사람들은 이제 편안할까.


2020년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드라마 몰아보기'였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으로서 언제든지 다양한 콘텐츠에 열려 있어야 하고,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콘텐츠는 노력해서 챙겨봐야겠다는 생각했던 나였다.


이 드라마를 챙겨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인기가 있었던 콘텐츠였고, 직전에 봤던 아이유의 '나의 아저씨' 연기에 감명받았으며, 그리고 아이유의 절친으로 카메오 출연했던 고 '설리'의 출연작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리의 출연작 중에 ‘죽음의 세계관’을 다뤘던 드라마라는 이유도 중요했다.

설리의 죽음 이후, 사람들은 설리가 출연한 예능과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악플을 직접 읽고 대면했던 ‘악플의 밤’이 설리에게 주었던 영향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해석한 사람들도, 한편으로는 '악플의 밤' 출연으로 오히려 행복했다던 설리의 절친의 말도, 그녀의 죽음에 대해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까지, 참 그녀를 여러 번 떠올리게 하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


평소 그녀가 나온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즐겨봤었던 나는 그녀의 죽음으로 많은 충격을 받았다. 어떤 것이 그렇게 그녀를 힘들게 했을까 짐작하고 안타까워하면서 설리의 유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한참 찾아보곤 했다.


설리의 아다운 모습이 남아있는 작품을 보고 싶었고, 설리에게 이 작품이 어떤 가치관의 영향을 줬을까 어렴풋이 감히 짐작해 보기도 했다.

출처-tvn '호텔델루나' 홈페이지


나는 유난히 '호텔델루나'의 하나의 에피소드가 설리와 함께 기억이 남는다. '호텔델루나'에는 악귀가 되어 나타난 몰래카메라 피해 여성이 나오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녀는 남자 친구와의 성관계를 몰래 동의 없이 촬영당했으며 그 영산이 지인 사이에, 온라인 사이트에 퍼지는 경험을 한다. 그런 그녀가 죽음을 선택한 후 악귀가 되어 호텔 델루나 방에 숨어있다가, 현실 속 가해자들에게 나타나 복수를 시도하는 내용을 그린 에피소드다.


가장 흔하게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지금도 어디선가는 범죄자들을 통해 소비되고 있을 몰래카메라 이슈지만 잊고 살아가는 날이 많았다. 이런 내용을 공론화하여 경각심을 준다는 점 자체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리대 기부', '생리대 파우치' 등 여성으로 해내고 싶은 일이 많았던 설리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던 이야기였다고나 할까.


호텔델루나가 나오는 영혼이 머무는 호텔의 설정에서 오히려 그녀와 떠난 주변의 사람들을 공감해보고, 떠올리는 시간을 가졌다. 결론적으로 나는 설리가 나오는 장면을 보지 못하고, '호텔델루나'를 중간까지만 봤다. '그들도 이렇게 생활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보며 좋은 순간도 있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나는 담담하게 드라마 속 캐릭터만 보지 않고 내 주변인들로 해석을 확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설리는 과연 호텔델루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생을 떠나면 마주치게 되는 이 비현실적인 공간은 과연 그녀에게 죽음에 대한 어떤 생각을 심어줬을까 생각도 들며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조금 더 일찍 하늘나라로 가버린 친구가 출연한 '호텔델루나'를 바라보는 아이유의 시선을 어떨까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드라마 보기를 쉬고 더 이상 '호텔델루나'를 보지 않았던 작년 6월, 나는 한 명의 친구를 갑작스럽게 또 떠나보냈다. 글로는 담아내기 힘든 혼란의 시기를 겪었다. 죽음이 공평하지 않은 것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심리를 맞이했다. 


그 친구는 호텔델루나 같은 공간에 머물렀을까. 거기서도 그렇게 하고 싶은 게 많을까. 친구는 호텔델루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마음을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정리해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 이제야 다시 '호텔델루나'를 마주했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담담하게 '호텔델루나'를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 속에 가지던 모든 상처들이 그들의 바람대로 하늘나라에서는 사라졌기를 바란다. '호텔 델루나'같은 공간에서 함께 만나고, 그들끼리 나는 이래서 힘들었노라고 하지만 이런 좋은 순간도 있었다 이야기하면서 추억을 꺼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기를.


(20년 1월)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걸까. 설리는 왜 하늘나라로 갔을까. 떠난 주변 사람들은 이제 편안할까.

(21년 1월) 이제야 너의 죽음을 생각하면, 너가 진심으로 행복하고 환하게 웃고 지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젠 죽음을 다룬 이야기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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