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아이들의 세상과 소통
초등학교 1학년~3학년 7명의 발달장애아이 친구들이 한 곳에 모였습니다.
4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도 있고, 새롭게 만나게 된 친구들도 있습니다.
발달장애아이들의 열악한 공교육의 현실과 치료실의 경제적 부담 속에서
어떤 재미난 일을 하면 좋을까? 엄마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사진창고’라는 갤러리를 만나게 되었고,
그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과연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의문과 염려로 시작된 전시회였습니다.
하지만 제각기 개성이 강한 아이들은 자신들이 바라본 세상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우리 아이들이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가족, 친구, 이웃들의 우리 아이들 사진을 보러 와 주었고, 사회에서도 관심을 가져 주었습니다.
TV 뉴스와 라디오, 매거진을 통해 아이들의 전시가 소개되기도 하였습니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작은 움직임이 아이들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반응과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 전시회를 계기로 발달장애아이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더 나은 교육 환경,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아이들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들과 이것저것 많은 경험과 놀이와 전시를 통해 점점 더 성장하는
아이들과 부모가 되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올해 3월에 전시되었던 재희의 작품들입니다.
물감신발, 하늘, 민들레
재희가 4살때 찍은 운동화 사진입니다.
그때의 소원은 재희가 걷는 것이었습니다.
독립보행이 안 되었던 시절 실내에서도 실외에서도 항상 운동화를 착용해야 했습니다.
걷지 못해 무너진 아치를 특수깔창이 잡아줘야 해야했기 때문입니다.
재희가 찍은 손가락 하늘과 민들레 갓털입니다.
못 걷는 재희를 데리고 다녔던 곳은 자연이었습니다.
뒹굴고 만질 것 만고 볼 것 많은 자연 속에서 재희는 쉬지 않고 움직이며 걷기 위해 애썼고,
자연은 재희를 걷게 만든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눈, 발과 TV
재희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자신의 눈을 바라보며 셀카를 찍었습니다.
할머니집에 있는 vod는 재희의 최고의 친구입니다.
너무 많이 보고 머리를 흔들고 좋아해서 걱정이 됩니다.
재희는 하루 일과가 끝나면 항상 "할머니 집에 가요?"라고 말합니다.
할머니 집에 가서 얼릉 vod를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사람과빛, 천장 저기위, 다리
재희를 데리고 수많은 미술관에 다녔습니다.
제가 마음의 위로를 많이 받은 장소라 그랬을까요?
재희에게도 엄마의 마음을 이야기해 주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도슨트의 마이크 소리에 울고 불고 작품을 만지고 미술관 방해꾼 관람객이었지만
이제는 익숙하게 작품을 보고 사진도 찍습니다.
재희의 관심은 작품 보다는 사람, 천장과 작품을 보는 관람객의 진지한 다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전에서 제일 반응이 좋았던 작품입니다.
지인 분께서 구매도 해 주셨습니다.
그림자가 투영되는 공간이었는데 재희는 자신의 그림자가 비친 흰색 운동화를 찍었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 재희만의 색깔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재희의 모습이 보여지는 듯 합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재희를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저는 재희의 자유로움과 순수한 마음이 정말 예쁩니다.
때론 그건 사회에 불편함과 어려움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전 기특한 마음이 더 큽니다.
재희의 꿈을 지지해 주는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