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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rbblr May 08. 2024

가족

나는 가족을 사랑하는가? Yes.

나는 가족을 미워하는가? Oh yes.


가족은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나와 가장 가깝게 나를 비춰주는 고맙고, 미운 거울. 누가 그랬다.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가장 강렬한 영적 성장을 위한 교실이라고. 가장 심한 애착 관계에서, 나는 나의 가장 약하고, 악하고, 못난 부분을 본다.


나는 가족을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거나, 무조건 헌신해야 한다거나, 그런 관념에서 벗어나고 싶다. 나는 내 영혼 자체로 온전하고, 내 가족들도 그렇기에, 내가 희생하거나 헌신해야 할 의무가 없다. 나는 그저 내 존재로서,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런 생각을 아주 최근에 하기 시작했는데, 소위 말하는 K-장녀의 책임감을 넘어서는, 뭔가 더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찝찝한 기분을 무시할 수 없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가족들을 향한 나의 양보나 이해가 온전한 사랑이 아닌 미움과 원망이 덕지덕지 묻은 형태로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사랑의 가면을 쓴 결핍과 미움. 난 이걸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다.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 자유롭고 순수한 사랑. 나는 가족과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 책임감과 의무로 어쩔 수 없이 줘야 하는 사랑이 아닌, 결핍을 위장한 사랑이 아닌 사랑. 내가 먼저 자유로워야 한다. 내가 먼저 사랑으로 넘실넘실 넘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가족들의 요청을 거절할 줄도 알고, 화나면 화낼 줄도 알고, 할 말이 있다면 속 시원히 할 줄도 알아야 한다. 마음속으로 가족을 미워하기 싫기 때문에. 원망하기 싫기 때문에. 나를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내가 진정으로 자유롭고 행복한 것이기 때문에, 나의 모든 면을 다 받아 줄 수 있는 큰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믿기 때문에.


사랑은 미움을 빌려서 생긴다. 가장 사랑하기에 가장 미워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가족을 미워하고, 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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