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crbblr May 15. 2024

얼마 전 불쑥 화가 나서 신에게 마음속으로 외치기 시작했다. “난 당신이 어딨는지 모르겠어요. 진짜 당신이 있다면 내가 원하는 것을 당장 보여달라고요.”


무조건 자비롭다는 그 목소리는 대답했다. “그렇게 해달라니 그렇게 해주겠다. “(오 생각보다 쿨하다) ”대신 내가 주는 것이 크건 작건, 꼭 받았다는 것을 기억할 것. 내가 던진 작은 공도 다 받아낼 것.” 이런 거래 조건이면 정말 쉽다고 생각했다. 신나서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세상으로부터 무언가를 받았을 때 나는 그것을 받았다고 알아채고 있었을까? 전혀 그렇지 못했다. 바라고 있던 것을 받을 그 순간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으면서도, 받고 나면 그 순간을 쓱 지나쳐버리고, 어느새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습관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면 주는 입장에서는 참 난처하다. 받아도 받은 걸 금방 잊고, 다른 걸 또 달라고 하면서 짜증만 부리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작년 이맘때에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어디에 뭘 써야 할지 몰라 한참을 헤매고,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고 있다는 죄책감만 가지고 있었다. 올해는 우연히 좋은 기회를 만나, 하늘에서 떨어지는 글감을 받아먹으며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데, 이런 것은 잊고 ’어떻게든 내 글을 꼭 책으로 보고야 말 거야,‘ 라며 알 수 없는 원망과 욕심에 가득 찬, 눈에 불을 켠 배고픈 망아지 같은 모습으로 타이핑하고있다. 내가 바라던 날이 오면, 그때 가면 또 뭘 더 바라고 있을까?


‘바라는 마음’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소중한 원동력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바라기만 하는 마음’은 독이 된다. 이미 먹은 것은 하나도 기억 못 하고  끊임없이 먹을 것을 찾는 이에겐 만족이 없으니, 행복이 있을 리 없다. 내가 이미 받은 것, 나에게 이미 있는 것도 기억하자. 고맙다는 말도 좀 해보고. 그래야 주는 사람이 신나서 더 주고 싶지 않을까.

신님, 위시리스트만 자꾸 보내서 죄송해요. 오늘은 그동안 받은 ‘리시브 리스트’도 좀 써볼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아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