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지 못한 한 개미의 말말말
"야, 너 더 버텨야 해."
프리랜서 일을 하는 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그 친구는 프리랜서로 자리를 잡는 데까지 3년이 걸렸다고 했다. 나는 정확히 1년 하고도 6개월 만에 다시 직장으로 돌아갔다.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아니, 여러 가지 이유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말할 것도 없이 돈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의 결혼식에 축의금을 낼 돈이 없어서 돈을 빌려야 했을 때.
그때 가장 현타가 왔다. '나 지금 이렇게 하는 게 맞나?'라는.
그 현타가 오고부터 내가 직장에 다시 돌아가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직장에 들어가고 난 후 지금까지도 꾸준히 해 오고 있는 외주 일은 있지만, 생활이 안정되려면 그 수입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수입으로 어떻게 한 달을 버텼지 싶은 순간도 있다. 어떻게든 생활비를 최대한 아끼려고 해도 모자랐고, 중간중간 다른 일도 구해봤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처음에는 블로그 대행 사업을 해보려고 했었다. 맨땅의 헤딩이었다. 그래도 블로그에 성과가 보일 때쯤, 대행을 그만 맡기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점이 부족했던 걸까? 성과가 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문제였던 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는데,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대행이라는 한계에 있었고, 냉정하게는 내가 결국 (그들의 입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해서 그렇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하며 참 많은 일을 반복했고, 또 그만뒀다. 그 과정에서 누구나 그렇듯 정말 '먹고살기 더럽게 힘들다.'라는 생각이 치솟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돈은 지긋지긋하게도 나를 참 많이 괴롭혔다. 내 인생에 많은 돈은 필요하지 않다고 회피했을 시절도 있었다. 진짜 말 그대로 회피였다. 난 그 누구보다도 돈이 필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정말 아무 일이라도 좋으니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보면 나는 참 일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기도 하다. 1. 내가 좋아하는 일(재미를 느끼는 일)이었으면 좋겠고 2.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일이어야 하고 3. 매일 반복되는 일보다는 프로젝트 단위로 일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참 까다롭기도 하다.
일을 대하는 나의 모습을 볼 때 내 한계점과 장점을 또렷이 느낄 때가 잦다. 분명한 것은 나는 일을 아예 하지 않고 살 수는 없을 거 같다. 돈을 아주 많이 벌었다고 해도 나는 어떤 형태로든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게 직장을(혹은 일을) 일 년에 한 번씩 바꾸는 일 년 살이가 되었든, 아니면 한 달이 되었든 말이다.
지금도 버티지 못했다는 생각은 여전히 잔재한다. 돈이 없는 그 기간 동안, 내가 직장에 다시 들어갈 게 아니라 더 버텨서 수익을 늘릴 수 있을 만한 다른 일을 시작했어야 했나?라는 생각도 여전히 한다. 어느 부분에서는 단단해졌고, 또 어느 부분에서는 여전히 흔들린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그렇게 흔들려서 되겠어?", 혹은 "좀 더 버텨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겠지만, 그런 말에 의도적으로 신경 끄기로 했다.
다시 직장에 들어가도, 나는 여전히 일 년 살이 중이다. 3개월도 못 버틸 거라고 생각했던 직장은 이제 5개월 차가 되었다. 지금은 다른 어떤 것보다, 다음 단계를 생각하면서 나에게 유예기간을 주고 있는 중이다. 지금 나가면 어차피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오긴 힘들 테니까. 최대한 이 시간을 즐겨보자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