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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won Jul 18. 2019

2018.16_진보 활동에 앞장서는 유럽 할머니 그룹

최근 오스트리아, 독일, 영국 등 유럽 매체에서 주목하고 있는 할머니들이 있다. 흰색 버튼이 달린 빨간색 니트 모자가 상징인 이들은 민주주의와 관련된 현장이나 집회 등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의 이름은 ‘Omas gegen Rechts(보수에 맞서는 할머니들)’이다. 


할머니들의 활동은 모니카 잘처(Monika Salzer) 할머니가 2017년 11월 16일 페이스북에 그룹 계정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그룹 페이스북 페이지는 비공개 그룹으로 설정되어 있어 관리자가 누가 가입 신청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가입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Omas gegen Rechts(보수에 맞서는 할머니들)’란 이름으로 페이지를 만들자마자 수많은 회원이 가입하기 시작했고, 현재 그룹에는 3,300명 이상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베를린, 브레멘,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에서도 연대 그룹 멤버들이 활동하고 있다.  



모니카 잘처 할머니는 독일 매체 ‘베를리너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 때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여성이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오픈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그룹 활동은 홈페이지(https://www.omasgegenrecht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Omas gegen Rechts’ 그룹은 출범하자마자 2018년 1월 19일 사망한 오스트리아의 인권 운동가 우테 복(Ute Bock)의 추모 행진에 참여해 처음으로 그룹 활동을 알렸다. 2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참여했다. 그들의 상징인 흰색 버튼이 달린 빨간색 니트 모자를 쓰고 교육자로서 평생 망명 신청자들을 도왔던 우테 복 활동가를 추모하는 행진에 함께한 것이다.  


이어 오스트리아에서 터키 정부 반대 시위에 여러 번 참여했고, 독일 베를린에서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 주도의 집회에 맞선 ‘반(反) AfD’ 집회에 참여해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냈다. 최근에는 오스트리아에서 몇 주에 걸쳐 정치, 사회 이슈를 주제로 한 여러 워크숍을 열었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뜨겁게 민주주의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할머니들은 “우리는 쓸모없지 않다.”며 “우리는 우리 세대를 대표해 더 많은 회원과 연대하며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할머니들의 이와 같은 활동은 오스트리아, 독일 언론은 물론 영국 등에서도 보도되고 있다. 언론 보도 이후 그룹은 더 커졌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할머니들이 그룹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할머니들의 결의와 열망이 고스란히 담긴 그룹 선언문을 읽으면, 앞으로도 유럽 곳곳에서 이어질 ‘Omas gegen Rechts’ 그룹 활동이 절로 그려진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믿습니다. 

우리는 육체적으로 늙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영혼은 여느 사람들보다 젊다고 자신합니다. 

우리는 젊은 정신과 함께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경계하는데 필요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의견을 크게 소리 내어 말하는 것에 지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잃을 것이 없고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부모 세대로부터 전쟁과 독재 사회에서 사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배웠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결의를 다졌습니다.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불의와 차별에 맞서왔고, 지금 우리는 풍족하고 살기 좋은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일어서려 합니다. 

우리는 권력욕, 자만함 등이 나라를 망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과 손주 세대, 그리고 모두를 위해 싸울 것입니다.

(Omas gegen Recht 선언문 중에서)”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채혜원 통신원 (독일)

chaelee.p@gmail.com


 2018년 9월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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