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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왓피 Jun 10. 2021

04. 입덧 다이어트


입덧

유별난 우리 엄마는 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입덧을 가장 걱정하셨다. 서울 처녀가 낯선 포항으로 시집와 단칸방에 살면서 홀시어미 스트레스를 톡톡히 받은 탓에 나를 임신했을 당시 입덧이 너무 심해 성인이  이후 처음으로 40킬로대 연예인 몸무게를 보유했었다고 했다.


가끔 격하게  옛날 시집살이를 떠올리며 눈물지을 ,  빼먹지 않고 나오는 마지막 레퍼토리는 ‘니가 평생 그렇게 마른 몸으로 살아가는 , 엄마가  가져서  먹어서 그런 거야이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2.8kg 마른 신생아로 태어나 평생 타인에 눈에는 마른 사람으로 살고 있다. 실상은 복부비만을 보유한 마른 비만이지만그러한 연유로 평생 살면서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번도 없다. 그랬던 내가 엄마의 우려 탓인지 모르지만 입덧을 시작하면서 강제 다이어트가 시작되었다.


임신과 무관하게 원래 비위가 약한 탓도 있었으리라 생각되지만, 먹는 족족 게워내기 시작했다. 처음 대학생활을 시작해 음주문화에 눈뜬 후 거의 매일 학교 앞에 피자판을 그리던 20살 시절이 생각날 만큼 거의 매일 토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오늘 내가 먹은 게 무엇인지 매일 확인하는 일은 유쾌한 일은 아닌지라, 토를 하지 않으려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걸 다시 삼키려 무던히도 노력했다. 으윽.. 생각만 해도 토쏠린다.


입덧은 사람마다 다양한 형태로 찾아온다. 몸이 예민해지면서 세상 모든 냄새에 민감해지면서 냄새만 맡아도 토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가 비면 속이 울렁거려 하루 종일 먹을걸 달고 사는 이른바 ‘먹덧’인 사람도 있다. 나는 다양한 입덧 인종 중에 이른바 ‘토덧’인 먹으면 토하는 유형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의술이 발달하여 입덧 약이 발명되었다는 사실이다. 임신 중에 복용할 수 있는 약이 거의 없지만 임산부에게도 안전한 입덧 약이 있어 그나마 그 입덧 약을 먹고 하루에 한 끼 정도는 먹을 수 있었다. 입덧 약은 약효가 발휘되는데 8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밤에 잠들기 전 먹고 자서 다음날이 돼서야 밥을 먹을 수 있다. 저녁이 돼서 약기운이 없어지면 물만 먹어도 토가 쏠리니 자체 금식을 하게 되었다.


하루에 한 끼만 거하게 먹는 연예인식 다이어트가 시작된 거다. 매일 밤 공복의 배를 부여잡고 내일 먹을걸 생각하면서 잠들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내일 한 끼는 뭘 먹을지 고심하면서 먹었다. 코로나 정국으로 살이 오를 때로 오른 나였는데, 임신을 하고 오히려 살이 1kg 빠졌다. 원치 않는 다이어트가 계속되었다.


 먹는 것도 서러운데, 다이어트 부작용으로 탈모와 변비 증세가 나타났다.


머리가 한 움큼씩 빠져서 애도 낳기 전에 대머리가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때마침 홈쇼핑 쇼호스트 언니들이 탈모샴푸를 팔며 ‘어머님들, 우리는 한가닥이 중요하잖아요~~’라는 멘트를 흘려들을 수 없어 탈모샴푸도 한가득 샀다.

다른 복은 없어도 남다른  활동으로 화장실에 5 이상 머무르지 않는 능력을 타고나 신랑에게 항상 부러움을 샀던 나였다. 그런 내가 변비로 이렇게 화장실에 앉아 고통받게  줄은 상상도  했다. 변비에 좋다는 요구르트, 푸룬주스, 유산균,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다는 고구마와 해초를 사다 먹기도 했는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임산부에게 안전한 변비약인 마그밀을 처방받아 약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입덧도 유전이라던데, 엄마는 나를 가진 10달 동안 입덧을 달고 살았단다. 나도 만약 그렇다면 아기도 낳기 전에 머리숱은 신생아 수준으로 빠지고, 매일 화장실에서 애 낳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인가? 하는 불안함이 엄습했다. 다행히 입덧이 잦아드는 16주부터 서서히 토 쏠림이 잦아들더니 18주 차부터는 안정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먹는 것도 잘 먹게 되면서 탈모와 변비도 자연스레 나아졌다.


탈모와 변비는 임산부에게는 흔한 증상이라고 한다지만,  경우엔 입덧때문에 생긴 다이어트의 부작용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나의 입덧 다이어트는 지속되지 않았고 만삭인 지금은 너무 잘 먹어서 연일 인생 최고 몸무게를 갱신하며 뱃속 아이와 살찌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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