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위 말하는 얼빠다. 나이 39살이 무색할 만큼 얼굴 위주로 연예인을 좋아한다. 결혼 역시 내가 가지지 못한 하얀 피부에 소처럼 큰 눈을 가진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이유인즉슨 ‘이 남자랑 결혼하면 우리 아기 유전자 세탁 정도는 할 수 있겠구나’란 심산이었다. 신은 공평하다고 했던가? 신랑에게 뽀얀 피부와 빼곡한 머리숱, 예쁜 눈을 주셨다면 큰 키와 남성적인 몸매는 주지 않으셨다. 나에겐 콤플렉스인 너무 넓은 이마와 작은 눈을 주셨지만 대신 평생 살찌지 않는 날씬한 몸을 주셨다. 다행히 20살 대학 들어가기 전 나의 작은 눈은 부모님의 대학 입학 선물로 의느님의 은총을 받은 상태이다.
임신 중, 나는 항상 뱃속의 우리 아기에게 마르고 닳도록 말했다. ‘아가, 얼굴은 아빠 닮고 몸매는 엄마 닮아야 해~’ 신랑은 농담처럼 말했다. ‘그 반대로 얼굴은 너 닮고 몸매는 나 닮으면 어떡할라고?’ 나는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고 없어야 한다고 했다. ‘오빠, 내가 오빠랑 결혼한 건 다 이쁜 아기 낳을라고 한 이유뿐인데 그럴 일은 없어~~!’라고 말하곤 했다.
시어머니가 첫째 때 속이 안 좋아 콜라를 많이 마신 덕분에 까만 아주버님을 낳고 신랑을 가졌을 땐 우유를 많이 먹은 덕에 하얀 아기를 낳았다는 얘기를 듣고 임신기간 중에 그렇게 땡기던 콜라도 참으며 뽀얀 아기 탄생을 위해 애썼다.
정기검진 시 초음파를 확인할 때마다 누굴 더 닮았는지 신랑과 설전을 벌이며 우리 아기 얼굴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신이 났었다. 분만하고 선생님이 아기를 내 품에 안겨주는 그 순간, 분만의 고통보다도 초음파 속 확인이 불가했던 우리 아기 눈은 누굴 닮았나를 먼저 살피기 시작했다. 갓 태어난 우리 아기는 신랑의 태어나자마자 찍은 신생아 사진과 너무 닮아있어서 깜짝 놀랐었다. 신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40주를 넘겨 태어났음에도 2.86이라는 조금 적은 몸무게를 가지고 태어난 거였다. 속으로 나의 바람을 들어주신 삼신할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태어나자 마자는 양수에 불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해 그런 것이라 생각했는데, 신생아 면회 시, 눈을 떴는데 신랑보다는 나를 더 닮은 것이다. 젖이 나오지 않아 본의 아니게 분유만 먹이는 완분을 한 우리 아들은 살이 통통하게 오르면서 볼살에 눈 코 입 모든 이목구비가 파묻히며 점점 더 나를 닮아가는 중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 아들은 아빠보다는 엄마를 더 닮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결국 우리 아들도 외모로 어필하는 삶은 불가해 보인다. ‘아들아~ 엄마가 외모 유전자 조작에는 실패했지만,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라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