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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왓피 Jun 01. 2021

01. 이게모지? 얼떨떨한 첫 임테기 사용후기

내 나이 38살.

결혼한 지 9년 차.


어제 퇴근길에 처음으로 약국에 들러 임신테스트기라는 걸 샀다.


38살이나 먹은 여자, 그것도 결혼한 지 십 년이 다 되어 가는데 임테기를 처음 써본다고? 나도 내가 좀 의아하지만 어쨌든 나는 처음이었다.


사용법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막장 드라마로 단련된 나는 두 줄이면 임신이라는 사실만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


소변을 테스트기 끝에 묻히고 기다리면 끝이라는데, 테스트기 끝에 어떻게 정확하게 묻히지?


대충 소변검사할 때를 생각해보고 종이컵에 아침 중간 소변을 받아 테스트기 끝을 아예 담가놓고 양치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3-5초 정도만 담갔다 빼면 되는 거였다. 쩝..


양치후, 임테기를 종이컵에서 꺼내서 테이블에 올려 둔 후, 신나게 샤워하고 화장하고 회사 갈 준비를 끝냈다.


신발만 신으면 출근인데, 임테기 생각이 나서 확인했더니..

헐.. 두줄!! 뭐지? 한 줄이 임신인 건데, 그간 두줄이 임신인 걸로 잘못 알고 있었나?


심장이 벌렁거려서 회사를 못 가겠다. 자고 있던 신랑을 흔들어 깨워 설명서 읽어보고 이게 뭘 의미하는지 해석해보라고 시켰다.(늘 귀찮은 건 남편의 몫이니깐)


자다 일어나 갑자기 시킴 질 당한 남편은 무슨 큰일 난 줄 알았는지 설명서를 한참 정독하더니... 임신이라는 건데? 라며 놀란 눈을 해서 말했다.


십 년 가까운 결혼생활에 크고 작은 많은 이벤트들이 있었지만 Top 3 안에 드는 이번 이벤트를 그냥 미뤄둔 채 회사 출근을 할 수는 없었다.


100m 달리기 전력질주를 끝내고 난 직후처럼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병원에 갈 요량으로 회사에 급하게 반차를 신청했다.  


갑자기 ‘우욱’ 하고 헛구역질이 나올 거 같은 느낌이 드는건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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