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 화가 김낙필 Jul 03. 2024



나는 당신께 사랑을 원하지 않았어요

다만 그대의 등 뒤에 서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다 당신의 체온을 느끼고

채워지지 않는 쓸쓸함을 느끼고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하는 걸 눈치챕니다

내가 대신할 수 없는 당신은 언제나 남입니다

그래서 늘 등만 바라보며 삽니다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없습니다

당신의 등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습니다

떠날 것이라는 것도 잘 압니다

그래도 봄여름 내내 당신 뒤에 있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지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해 주셨으니까요


어딜 가도 당신이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당신은 등만 가진 사람이니까요

가슴도 얼굴도 무릎도 없는 당신이니까요


당신의 등을 사랑합니다

싸늘하게 식은 등을 어루만지고 위로해주고 싶습니다

눈이 내려 얼어붙을 당신의 어깨를 보면 속이 상합니다


이제 떠나세요

절대 뒤돌아보지 마십시오

나는 당신의 사랑을 한 번도 원하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의 등만을 사랑했습니다

떠날 때는 말없이 조용떠나가십시오


매거진의 이전글 그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