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시인 화가 김낙필
Nov 08. 2024
잘 가오
잘 가시오
어딜 가서라도 잘 사시오
마지막 인사를 한다
이승의 똥밭이 저승보다 낫다고 하더라만
똥밭보다는 그래도 모래밭이 낫겠다
아니 잔디밭이면 더 좋겠다
그러나 당신은 구름밭으로 떠나지 않았겠소
기다리시오
그 맹그로브숲 반딧불이 모이는 곳으로 갈 테니
천국의 계단이 있는 람동으로 갈 테니 기다려주시오
칠 박 팔일 달리는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거쳐 가겠오
잘 가시오
마지막 인사치고는 초라하지만
그래도 이 한마디 말밖에는 생각이 나질 않소
여기처럼 부대끼지 말고 부디 잘 사시오
깃털처럼 가벼이 훨훨 날아서 가시오
올해도 향일암에 동백이 피었다 합디다
나중에 동백그늘 거기서 한번 봅시다
지금은 이 말 밖에 못하오
부디 잘 가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