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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Nov 19. 2024

그때 그 사람

금오산 연가



오동도에서 꼬불꼬불 해안 따라 금오산 기슭으로 기어들면 어느새 새벽이 옵니다

아침마을 민박집 전기 구들은 밤새 끓더니 새벽녘에 꺼져 재채기가 났습니다

계단을 헛딛으며 오른 전망대

망망대해 남해는 아직 어둡습니다


어느 년에 찾아간 산자락에서 일출을 봤습니다

상처만큼이나 쓰리고 아팠습니다

왜 사냐고 자꾸 묻는다면 대꾸하지 않겠습니다

거기 일엽편주처럼 떠 있던 고깃배 한 척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요


죽으러 갔다가 차마 죽지 못하고 돌아온 까닭은

산을 오르다 약봉지를 잃은 까닭은 아닙니다

눈부신 일출이 부러웠던 까닭도 아닙니다

망망대해도 아닙니다

동백꽃 머리들이 낭자한 산사 한 모퉁이에서

망연자실한 얼굴로 흐느끼고 있던 사람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나를 살아 돌아오게 했습니다

사연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았습니다

걸었습니다

한식경을 걷자 털털거리는 버스가 종점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어둑해질 무렵 시내로 나와 혼술을 했습니다

그리고 시장 귀퉁이 여인숙에 들었습니다


금오산에서 살아 돌아와

지금 白壽까지 살고 있습니다

그때 그 사람은 죽지 않살았냐고는 묻지 마십시오

나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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