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시인 화가 김낙필
Nov 20. 2024
건조대에 빨래가 널려있다
그 창밖으로 가을이 걸려있다
그 뒤로 푸른 창공과 구름 몇 점이 걸려있다
하늘에는 비행기 똥이 몽글몽글 길게 늘어져 있다
빨래 행색이 어둡다
날씨 탓이다
자태가 어두운 빨래들은 동절기 용이다
겨울을 준비하는 옷들
내일은 비 소식이 있다
빨래가 얼른 마르기를 기다린다
단풍잎이 붉게 물들었다
비스듬히 가을 햇살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다
가벼운 들바람이 지나간다
빨래를 널며
물냄새를 맡는다
락스, 유연제, BM 용액 냄새
단풍냄새, 하늘냄새, 구름 냄새, 가을 냄새ᆢ
빨래를 널고 흔들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詩를 짓는다
글 쓰는 취미가 없었다면
빨래도 세월도 가을도 나도
무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빨래가 가을빛에 뽀송뽀송하게 말라가고 있다
그렇게 가을과 시가 함께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