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시인 화가 김낙필
Nov 21. 2024
11월엔 갈 곳이 없습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이 지나고
12월이 사라질까 하는 두려움으로 떨고 있죠
11월은 홀로 서있는 허수아비를 닮았습니다
망부석이나 장승처럼 붙박이 장롱 같은 달이죠
엊그제 빼빼로 데이도 지나갔습니다
남아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시간이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는
외롭고 허전한 달이 11월 이죠
지나간 시간들이 걷다가 지친 듯
그냥 사라져 가는 달
이 해도 한 달이 남았습니다
겨우 한 장 남은 달력을 바라보면
괜한 한숨이 새어 나옵니다
회한과 허전함이 뭉쳐 말을 잃습니다
달력과 일력이 무슨 소용입니까
날짜와 세월을 따져 뭐 합니까
세월의 허망함에 무슨 답이 있겠어요
11월처럼 아무 답이 없습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거지요
세월에 묻혀 그냥 사라지는 거예요
인간은 티끌과도 같은 존재이니까요
모든 것은 스쳐가듯 오고 갑니다
인생이란 촌음과도 같은 것이니까요
11월엔 정말 갈 곳이 없습니다
갈바람에 낙엽 구르는 소리만 들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