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시인 화가 김낙필
Nov 03. 2024
아침마다 잠자리에서
행복했던 지난날들을 반추한다
양곤의 안개 낀 강가
강릉의 일출
홍콩의 빌딩숲
앙코르와트의 석양
양삭의 새벽 아침
홋카이도의 설국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해협
그 외에도 수많은 도시의 아침과 저녁들을 추억한다
오늘 아침도 게으른 잠자리에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쓴다
창문을 열면 숲, 가을 숲이 손바닥 안에 있다
단풍 들어가는 뒷숲
자귀나무도, 살구나무도, 메타쉐콰이어 나무도 물이 들었다
뽕나무는 이미 절반 이상이 잎을 떨구었다
어느 성악가가 푸치니의 '라 보엠-고별의 노래'를 열창하고 있다
아침과 어울리는 노래다
사는 곳마다 세상의 아침은 다 다르다
나의 아침이 게으른 것처럼
느리게 가는 다른 아침이
지구 반대편 세상에도 있을 것이다
아침이란 시작이라는 단어와 뜻이 닮았다
사람들은 바쁘게 아침을 준비하고 삶의 현장으로 나간다
그렇게 일을 해야 사는 세상이므로
토를 달고 불평할 여지도 없다
바쁘게 움직이고 열심히 노동을 해야 원하는 것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백수다
전쟁터에서 숱한 전투를 끝낸 늙은 퇴역 군인인 셈이다
그래서 이렇게 게으른 아침을 향유하며 산다
세상에 아침은 누구에게는 마치 전쟁터와 같은데
나는 커피 한잔 내리는 시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