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시인 화가 김낙필
Nov 11. 2024
마음 갈 곳 없는 날에는
강가를 걷는다
그곳에는 물새와 나룻배와 노을이 있어
마음 놓을 곳이 있다
세월과 계절과 바람이 닿는 곳
여울목처럼 정겹고 편하다
물 풀들이 자라고 윤슬이 반짝이는 사구에 무심히 앉아 콧노래를 부른다
그렇게 마음을 쓰다듬고 오면
몇 날 며칠은 시름을 잊는다
오늘은 저 먼바다로 나가 수평선과 마주해 볼까
동해 앞바다는 무고하게 잘 있는지 궁금하다
한계령 옛길을 넘어 속초 앞바다에 이르면
지나온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산불과 폭풍과 오징어배와 아련했던 추억들이 되살아난다
마음 갈 곳 없는 날이면
몸 추스르러 강가로 나간다
거긴 무수한 얘기들이 흘러가니까
돌돌돌 물들이 정겹게 굴러가니까
지친 마음 실어 보낼 바람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