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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古屋에서 온 편지 2

by 시인 화가 김낙필



어느덧 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난주에는 딸아이가 결혼을 하게 돼서 뉴욕을 다녀왔습니다

사위가 눈이 파란 백인이어서 뜨악했습니다


지금 세상이야 국적과 인종을 따지는 세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옛날사람이다 보니 얼른 적응이 안 되더군요

캠퍼스 커플이라니 말릴 수도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미국사위라니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요새는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국제결혼이 흔한 세상을 살고 있지요

그만큼 세계가 가까워진 탓 아니겠어요

공부하러 보냈더니

딸 하나를 애지중지 키워 미국에 던져주고 왔습니다

아깝습니다


샘을 뵌 지가 꽤 오래된 듯싶습니다

어디 불편한 곳은 없이 잘 지내시는지요

저는 이제 여기저기 두루 아픈 곳이 생깁니다

딸하나 낳고 말았는데도 여자들은 산후통으로 나이 먹으면 후유증이 오나 봅니다

그러려니 하고 적응하며 삽니다


한번 다녀 가시지요

여긴 아직 눈을 볼 수 있는 곳이 많답니다

겨울과 눈을 좋아하는 샘께서는 이곳이 좋은 여행지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신다면 제가 다 준비해 놓겠습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떻게 변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미국에 두고 오는 날

비행기 안에서 숨죽여 울었습니다

섭섭하고 아까워서요

좌석분께는 미안했습니다

그렇게 다녀왔습니다


샘, 한번 다녀가시지요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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