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람 Jul 03. 2024

2. 천사의 집에 방문하다

민준이네 집에 방문하기로 한 날,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오늘 민준이네집 가정 방문 

하시기로 했다면서요?"


"네...."


"오늘 저랑 같이 학생 가정 방문을 하면 

어떨까요? 

저도 우리 학교 학생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이렇게 갑자기 민준이네 가정방문에

교장선생님과 함께 가게 되었다. 


민준이 아버님과 약속 시간을 

전화로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민준이네가 살고 있는 곳,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OOO 빌라로 향하였다. 


미리 민준이 아버님께 하루 전, 

그리고 방문 1시간 전에 전화를 드렸음에도 

민준이 아버지는 

약속한 시간에 

집에 계시지 않았다. 


집 앞에는 수 많은 소주병들이 

질서 없이 나 뒹굴고 있었다. 

한눈에도 오랜 기간 술을 의지하여 사는

누군가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계속 기다려야 하나.....

처음으로 교장선생님과 함께 왔는데

하필 오늘 민준 아버님이 안 계시네...'


고민하고 있을 때쯤, 

어디선가 혀 꼬부라진 중년 남성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만취한 상태로 비틀비틀 

계단을 올라 오는 소리도.


민준이 아버지였다. 

돌아가려던 교장선생님과 나는 

민준이 아버지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션섕님, 드, 들어오셰요." 

술을 얼마나 드셨는지, 

발음이 다 새었지만 

의사소통이 안될 정도는 아니었다. 


민준이의 집은 

생각보단 깨끗했다. 

밥을 해 먹었던 흔적들도 보였다. 


뉴스에 나오는 쓰레기 집이나

아이들을 방임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나의 예상과 달리

아버님은 자신의 작은 힘으로 나마

아이들을 열심히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음이 보여 졌다. 


남자 혼자 세 아이를 키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민준이 아버지는 교장선생님과 내게 

한숨을 쉬며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게임에 푹 빠져 밤낮도 바뀌고, 

학교도 잘 나가지 않는

고등학생인 민준이 형과 

밖으로 돌기만 하는 민준이, 

그리고 

사춘기가 심하게 와서 방황하는

초등학교 6학년 딸까지 

세명의 아이들을 

혼자 돌보고 있는데

힘에 부친다고 했다.  


아이들의 어머니는 민준이가 3살 때 

집을 나가셔서 

새로운 사람과 가정을 꾸리셨다고 한다. 


너무 힘든 현실에 

하루 이틀 술로 의지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자신을 자책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민준이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 입원 치료도 여러 번 받을 정도로

이미 심각한 상황이었다. 


민준이가 이러한 가정 형편에도

해맑게 웃으며 학교를 다니는 것 자체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민준이는 실제 이름이 아닌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