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실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soceo Dec 04. 2023

개인 소비자처럼 사업하는 젊은 사업자의 패기

월급이 아닌 내가 계획하고, 준비해서 실행한 일로 돈을 벌려고 뭔가를 처음 시도했던 게 대생 때였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팔고 있는 물건을 내가 더 싸게 매입만 할 수 있으면 나도 인터넷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문제였습니다. 이미 인터넷에서 판매가 되고 있는 상품들의 가격에는 물건의 원가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 광고, 인건비, 수수료, 월세, 세금, 촬영, 편집 등 학생이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 페이지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여러 비용들이 발생하고 있었을 거니까요. 이러한 것들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물건의 원가와 배송비 정도만 생각하고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려고 했으니 단 한 개도 팔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럴 수밖에 없었던 건 그 당시의 저는 겉으로만 판매자/사업자였고, 정작 소비자의 마인드와 기준/생각으로만 사업이란 걸 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는 물건의 원가/정가, 그리고 배송비만 알면 결론을 낼 수 있지만 판매자/사업자는 이거 말고도 고려해야 될 게 훨씬 많은 게 현실이죠.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548/clips/243

내 생각과 가치관/기준 등을 쉽게 바꿀 수는 없고, 알 수 없는 것들도 많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소비자에서 판매자로 바뀔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내 의지나 의도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러한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흔히들 말하는 수업료를 지불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한 번 고생/손해/실패를 겪고 나서야 하나씩 배우면서 판매자가 되고, 쇼핑몰 사장님이 되고, 사업자가 되고, 대표가 되어 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바뀌는 건 생각이나 가치관, 기준뿐만이 아닙니다. 언행 또한 그에 맞춰서 바뀌어 갑니다. 생각이나 가치관이 바뀌니 그에 맞춰서 언행이 바뀌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제 이야기를 하자면 어렸을 때 사업을 하겠다고 까불고 다녔을 때... 그때의 저는 어리고 젊고, 건강만 해서 열정만 차고 넘치다 보니 그냥 뭐든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냥 돌아다니고, 말 걸고, 요청하고, 그러다가 말도 안 되는 곳에 지출을 하고... 그 당시 저를 응대했던 선배 판매자/사업자분들은 저를 보면서 '어리구나...' 이런 생각들을 했을 겁니다.


그 당시에 저는 분명 사업을 처음 하는 티가 팍팍 났을 겁니다. "사업을 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등 말로는 나도 대표였지만 대화하는 방식이나 사용하는 용어, 접근 방식, 협의 방식 등 모든 게 다 소비자의 기준에서 나왔을 겁니다. 


"가격 좀 깎아주세요"

"이거 한 개에 얼마예요"

"다른 데는 안 그랬는데"


소비자가 동네 가게에 가서 흥정을 하면서 바라는 건 많은데 결국 구매하는 건 한 개... 두 개...

나도 사업자고, 곧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쓸데없이 자신감과 의지만 하늘을 찌르는 상태

하지만 누가 봐도 본인이 사용할 거 구매하러 온 학생

어설프게 사업자인 티를 내는 말투와 행동

등등


지금의 저라고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냐마는 그래도 지금까지 사업을 해왔다고 꼴에 제 어린 시절과 비슷한 말투와 행동으로 저에게 접근해 오는 젊은 대표들을 볼 때면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아도 속으로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아는 척, 해본 척 엄청 하네...

막 던지면 되는 줄 아네...

말과 행동이 너무 앞서네...


어릴 때 저도 똑같이 했던 행동들을 하는 어린 대표님들을 보면 어쩔 수 없이 티가 나더라고요.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표정이나 말투에서도 뭔가 어색한 티가 나기도 하고요. 연륜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저도 좀 나이를 먹으며 이런저런 걸 겪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생각이나 언행은 물론이고, 복장이나 협의/협상, 지식 등 너무나도 부족한 게 많습니다. 그래도 학생 때와는 다르게 금전적인 결과가 발생은 하고 있습니다. 매출이 발생하고, 그 매출에서 모든 지출을 차감한 후에 단 천 원의 수익이라도 발생하는 경험을 한 것과 하지 않은 건 엄청난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돈을 벌려면 고려해야 될 게 많아"를  백 번 읽고, 듣는 것보다는 내가 한 번 그 과정을 거치면서 단 돈 천 원이라도 벌어보는 게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고, 앞으로 사업을 함에 있어서도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럼 예전의 저처럼 판매가와 물건의 원가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하지도 않을 수 있겠죠.

매거진의 이전글 개발언어와 외국어 - 같은 언어인데 다른 언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