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와서 가장 편한 경험, 비접촉식 결제(contactless pay)
영국에 와서 이래저래 불편한 점이 많지만 반면 가장 편리한 걸 꼽자면 어딜 가나 흔하게 있는 비접촉식 결제(contactless payment) 시스템이다. 사실 한국에 살다 왔으면 이렇게까지(?)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을 거 같은데 베트남에서 현금 두둑한 장지갑 들고 다니다가 이제 카드 한 장 없이 핸드폰만 들고나가도 모든 게 해결되니 그야말로 신세계.
내가 베트남 처음 갔을 때 가장 신박했던 건 COD (Cash on Delivery) 였을 정도로 음식점 배달을 받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면 물건을 받고 난 다음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 아직 대다수가 아니기 때문.
* 내가 예전에 썼던 베트남 내 온라인 쇼핑 관련 콘텐츠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27135432&memberNo=33159364
우리는 한국에서 영국에 올 때 혹시 몰라 파운드화 환전을 꽤 많이 해 왔는데 아주 초창기 중고거래할 때 말고는 현금 쓴 적이 없다. 격리 기간 동안 쓸 물건은 대부분 해외 결제되는 한국 카드로 해결했고, 그 사이 우리는 몬조(monzo / *영국의 인터넷 은행) 카드를 발급받아 애플 페이에 등록했다. 초반에는 카카오뱅크에서 몬조로 송금해서 썼지만, 한 달 뒤부터는 조나단 월급이 시중 은행 계좌로 들어오니 한국에서 송금받을 필요도 없어졌다. 한국, 영국의 인터넷 은행 만만세!
식료품 사는 마트부터 동네의 작은 카페, 한 달에 한 번 우리 집 앞에 열리는 파머스 마켓에서조차 카드 결제는 아주 일상적이다. 심지어 현금은 아예 안 받는 곳도 많다는 점. 내가 코로나 이후 영국에 와서 그런지 가게마다 비접촉식 결제를 더욱 장려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꼭 상점이 아니라 이런 곳에서도 비접촉식 결제가 가능하다.
1) 대중교통 탑승 가능
무려 12년 전이었나, 내가 런던 여행 처음 왔을 때 오이스터 카드 사서 다녔는데 이제 나는 영국 거주자라서 비접촉식 결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실물 카드를 대도 되고, 애플 페이에 카드 등록해서 핸드폰이나 애플 워치로도 가능. 보통 애플 페이는 전원 버튼 짧게 두 번 눌러서 활성화해야 하는데 교통카드처럼 쓸 때는 그냥 대기만 하면 된다는 점. 애플 워치로 대려면 비밀번호 잠김은 풀고서 대야 한다.
기사 찾아보니 지난 12개월 간 오이스터에 카드에 남아있고 사용되지 않은 잔액이 계속 쌓여서 2019년 말 기준 약 4억 파운드 가량 된다고 한다. 그중에는 언젠가 영국에 다시 올 줄 알고 오이스터 카드 환불 안 하고 갖고 있는 관광객들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코로나... 눈물...
2) 휴게소의 인형 뽑기 가게
얼마 전 휴게소에 들렀다가 놀랐던 점. 인형 뽑기도 카드 결제된다.
물론 한 번에 £2.5라 꽤 가격이 많이 나가기는 하지만 내 앞에 있던 사람이 한 번에 인형 두 개나 뽑아가는 걸 보면 꽤 성능 좋은(?) 인형 뽑기 기계였던 것 같기도.
3) 기부도 카드결제받습니다
영국에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갤러리, 박물관이 참 많다. 얼마 전 나는 The Wallace Collection에 다녀왔는데 곳곳에 카드 결제기가 놓여있고 익숙한 비접촉식 결제 로고가 있었다. 대기만 하면 £10 기부할 수 있는 아주 편리한(?) 시스템. 규모가 좀 있는 공원에도 주차장에 주차비 정산 기계 대신 기부하라는 메시지가 적힌 기계를 종종 볼 수 있다. 과연 효과가 있을지 궁금...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2019년에 이미 영국 성인 10명 중 1명은 현금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지금 그 비중이 더 늘지 않았을까. 그리고 초창기에는 비접촉식 결제 금액 제한이 £30이었는데 꾸준히 제한 금액이 풀리고 있다. 실물 카드 갖다 대는 것보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면 그 금액 제한이 좀 더 관대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문이나 얼굴 인식이 가능해서 그렇지 않을까. (추가적인 보안 절차가 있으니!)
이제까지 현금이 필요해서 난감했던 곳은 딱 두 곳이었다. 캔터베리의 공공 화장실과 테스코 카트. 그 외에 기본적인 재화를 구매하는 데 있어서는 아무리 작은 노점상이어도 비접촉식 결제가 가능하니 외출할 때 핸드폰 하나만 달랑 들고 가는 경우도 많다. 다만 핸드폰 하나로 모든 게 가능하다보니 배터리 관리를 잘 해야한다. 혹시 모르니 카드 한 장 정도는 들고다니는 게 나을 듯...
앞으로 더욱 현금 보기는 힘들어지지 않을까, 여왕님 계시는 동안 지금 갖고 있는 파운드화를 다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다 써야 한다는 의미는 아님)
Oyster card: The growing fortune that remains unclaimed (BBC, 2019-11-11)
Contactless limit could rise to £100 (BBC, 2021-01-27)
영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비접촉식(Contactless) 결제 트렌드 (KOTRA, 2019-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