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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Sep 01. 2021

검색창 없는 구직 사이트를 만나다

영국의 힙한 테크 전문 구직 사이트, otta

생전 들어본 적 없는 otta라는 서비스, 그와의 만남 또한 매우 요즘 시대(?)스러웠다. 평소처럼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성의 없이 넘기다가 만난 광고. 인스타그램 스토리 사이에 광고가 뜨는 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는데 샛노란 바탕화면에 '영국에서 테크 분야에 일자리 찾고 있는 사람을 위해' 류의 카피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 (사실 정확히 뭐였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아무튼 한 문장에 바로 낚였다는 건 기억난다.) 그 자리에서 홀린 듯이 otta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고, 웹사이트를 찾아보고, 가입하고, 내 정보를 입력했다.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더니, 그냥 살았으면 알지도 못했을 서비스를 소개해 준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나 스스로 끊임없이 링크드인, indeed, reed 등등에 수많은 검색어를 씨 뿌리듯 흩뜨려 놓은 것도 있지만....) 


나는 서비스 기획자로 근무하던 회사 그만둔 지는 3년 넘었고, 베트남에서는 프리랜서로 소소하게 일했던지라 그 당시 현지 취업에 대한 욕구는 아주 크지 않았다. 뭔가 막연하게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은데, 정신 차리고 보니 나는 지금 영국에 살고 있다. 영국 처음 이사 와서도 바로 일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이제 여기 온 지 7개월 지났고, 이상하게 베트남에서보다 조급했다. 베트남에서처럼 언어를 먼저 해야겠다는 핑계(?)도 없고 (그렇다고 영어를 advanced 레벨로 하는 건 아니지만) 비싼 물가 때문일까. 아니면 3년쯤 회사 생활 안 했으면 이제 뭐라도 해야 할 때가 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일까, 한국에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는데 돌아간다고 내가 했던 일 그대로 할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아무튼 그래서 두어 달 전 쯤에는 영문 이력서도 다시 쓰고 프로필 업데이트를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하고 싶은 '서비스 기획' 업무를 하려니 영국에서 내가 아는 서비스는 아직 글로벌 대기업 - 아마존, 구글, 에어비앤비, 우버 등 - 외에는 별로 없고, 스타트업은 '뭐가 있는지 몰라서' 접근이 힘든 상태였다. 링크드인 스크롤을 아무리 내려도 내가 할 만한 일은 별로 없어 보였다. 그리고 영어로 일해본적 없는데 진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살짝.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그러던 중 반신반의하며 otta에 들어갔는데 검색어 넣고 수많은 채용공고가 줄줄이 나올 거란 내 예상과는 다르게 일단 나에 대해 물어본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 질문을 보고 순간 당황했다. 부끄럽게도 내가 그간 깊게 고민해 본 적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취업한다면 워라밸 좋고, 의미 있는 서비스였으면 좋겠고, 남들이 잘 알면 더 좋고... 뭐 이 정도 수준이었지 이렇게 구체적으로 펼쳐놓고 고민해 본 적이 있었나 싶다. 뭐가 됐든 적당히 내가 일할만한 곳에서 영국 커리어를 시작해야 하나,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울 정도로. 


당신의 선택은?


하지만 이건 내 가치관과 맞닿아 있는 내용이기에 매우 중요하다. 일은 빡세도 보상이 확실한 걸 원하는지, 유연한 근무시간이 필요한지,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곳이라든지... 다 중요하지만 이 중에서 세 가지만 골라야 한다면 사람마다 다른 답이 나올 것이다. otta에서는 첫 질문이 내 개인정보가 아니라,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무엇인가' 였던 만큼 맞춤형(tailored) 채용 공고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아주 구체적으로 나에 대해 묻는 otta

1번 질문이 내 가치관에 대한 거였다면 그다음부턴 아주 구체적으로 나의 다음 일자리에 원하는 것을 묻는다. 직무, 연차, 근무지, 어떤 산업군에서 일하고 싶고 또 반대로 어디는 피하고 싶은지까지. 그리고 희망연봉도 넣게 되어있음. 친절하게 희망연봉은 회사들과 공유하지 않고 채용공고 필터링하는 용도로 쓴다고 되어 있다. 


otta가 개인 신상을 받는 법

그리고 나 개인에 대한 정보는 따로 받는데 모든 정보가 필수로 입력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성별(gender)과 민족성(ethnicity / 국적 아님)을 넣을 수 있는데 이건 새로운 조직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장치라는 점. 민감할 수 있는 정보를 받는 과정에서 이런 설명이 있으니 믿고 정보를 넣을 수 있었다. 


내게 맞는 채용공고를 추천해줍니다
otta에서 회사 정보와 채용공고를 보여주는 방식

처음 로그인하면 내게 맞는 채용공고 10개를 슬라이드 형식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보던 네모난 검색창, 없다. 내가 가고 싶은 회사만 검색해볼까 해도 내게 추천해 주기 전까지는 만날 수 없는 신박한 시스템. 이제까지 직무랑 회사 이름 정도만 줄줄이 나열되어 있던 링크드인과는 확연히 다른 구성. PC에서 볼 때는 화면 좌우로 나누어서 왼편에는 회사 정보를, 오른편에는 직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배치했다. 10개를 다 보면 끝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view more 버튼이 있어서 새로운 채용공고를 계속 볼 수 있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한눈에 보여주는 회사 정보

여기는 앞서 내가 성별을 female로 넣었으니 회사 내 여성 비율, 그리고 여성 리더가 이끄는 회사임을 표시했다. 



otta CTO까지 회사 소개해줌

그리고 회사 소개는 간략하게 나와있는데 꼭 필요한 정보만 있어서 보기 좋았다. 인상적인 건 otta의 임원들이 마치 책 추천사처럼 코멘트 남긴 부분도 있다는 점. 영국 내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는 잘 몰랐는데 이 사람들이 말해주는 거 보고(?) 기억한 것도 많다. 또 대표와 그 회사 다니는 사람 몇 명에 대한 정보가 있어서 이 회사 분위기가 어떤지 간략하게 알 수 있다는 것도 장점. 


게다가 면접 경험자들의 응답과 글래스도어, 트러스트 파일럿 별점, 그리고 진짜 신박했던 건 최근 펀딩 기록이 딱 나와있다. 사실 이제까지 내가 스타트업 채용 공고 볼 때마다 회사 규모나 최근 뉴스 같은 걸 일일이 찾아봐야 해서 조금 귀찮았었는데 구직자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otta는 섬세하게 서비스를 만들어뒀다. 중요한 본사 위치까지! 



영국에서는 다들 연봉 얼마 받고 일하나?


영국 product manager 연봉


한국에서도 남들 얼마 받고 일하는지 그다지 감이 없었는데 영국 왔더니 더더욱 아리송한 상태. otta에는 salary benchmark를 볼 수 있는 페이지가 있다. product management 찾아보니 신입은 3만 파운드 정도부터 시작. 연차가 높아질수록 최고/최저치가 점점 벌어지는 걸 알 수 있음. 직군마다 나와있으니 궁금한 분은 찾아보는 것도...! 


>> 영국 테크 기업 직군별 연봉 벤치마크 (데이터가 아주 많지는 않지만...)

https://app.otta.com/salaries



쓰고 보니 otta의 강점은 데이터 기반으로 정보들이 보기 쉽게 잘 정리된 것, 양보다는 질에 중점, 곳곳에 숨어있는 디테일과 친절한 설명,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 등인 듯하다. (이런 서비스 만드는 것도 재밌겠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창업한 지 2년밖에 안 된 새내기 회사다. 아직 이 곳에서 지원서 제출해 본 적은 없지만 프로필 작성하는 법도 상세히 알려주고 아주 든든한 헤드헌터 잘 만난 느낌이라 해야하나. 


여하튼 otta 덕분에 내가 어떤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지 좀 더 구체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국의 다양한 스타트업들도 많이 알게 되고! 여기서 내게 잘 맞는 회사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 otta

https://ott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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