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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Nov 27. 2024

나는 부자다

사랑스러운 아이들

오늘 자리 바꿔요?


Good morning, Sue teacher.

Good morning.

그런데 오늘 자리 바꿔요?

일단 자리 앉으세요.


영어실에 들어서자마자 지훈이는 같은 질문을 한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지. 수업 시간에 시선이 자주 가서 손이 많이 가는 우리 지훈이. 이번에는 어디에 앉으면 좋을까.


오늘 자리 바꿀 거예요. 자기 자리 찾아서 앉아 보자.

화면에 보이는 새 좌석표를 보고 지훈이는 한숨을 폭 내쉰다.


저 왜 앞이에요?

글쎄. 선생님이 지훈이 공부하는 거 가까이에서 보고 싶으니까. 그리고 좀 더 집중해야지.

아. 저한테 관심 많으시군요.

그래. 선생님이 우리 지훈이를 아끼잖아.


초등 4학년의 발달 특성


3학년 시기에는 자신의 행동을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보는 법을 배우게 되면서 반항 등으로 불안함을 나타낸다. 그리고 5학년이 되면 자기주장이 강해져 친구를 괴롭히기도 하고 신체발달로 몸싸움도 자주 하는 경향이 있다. 4학년은 그 중간 시기로 비교적 규칙을 잘 따르며 친구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을 즐긴다. 주변의 친구들과 어른들을 칭찬하며 자기가 속한 공동체나 사회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


4학년 지훈이는 영어에 관심이 많지만 아직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할 때가 많아서 활동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번 시간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표현을 활용해 짝과 함께 카드로 가게놀이를 했다. 그런데 지훈이 팀은 활동 시간이 부족했다. 지훈이가 동전을 동그란 모양으로 하나하나 오리다 보니 네모난 카드로 슥슥 자르는 친구들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다. 기다리다 못한 짝꿍은 주변 친구들과  놀이를 시작했다. 얼마 뒤 지훈이도 동그란 동전과 테두리를 살린 물건카드를 활용해 짝과 문장을 말하기 시작했다.

ㅡHow much is this soccer ball?

ㅡIt's one thousand won.

ㅡ왜 이렇게 싸지?

ㅡ벼룩시장이니까.


나는 이제 부자다

-물건을 3개 이상 산 친구들은 손 들어 보세요.
-oh, great job. Excellent.

-대부분 친구들이 표현연습에 열심히 참여했군요. ㅡ3반은 오늘 수업에 집중해서 참여했으니 칭찬 스티커 줄게요. 이제 카드는 분류배출 하세요.


어찌 된 일인지 지훈이는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책상 가득 종이돈을 모으고 있었다.

-지훈아, 이제 쉬는 시간인데 정리해야지.

- 선생님 저 이제 부자예요.

이건 또 무슨 얘기인가. 지훈이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고 손으로는 종이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 지훈이가 부자 돼서 기분이 좋구나. 선생님이 부자 인증샷 찍어줄까.?

ㅡ좋아요. 브이

- 야, 지훈아 여기 내 돈도 줄게.

-나도 나도


아이들은 저마다 분류배출하려고 들고 왔던 종이돈을 지훈이 책상에 올려놓고 깔깔거리며 농담을 건넸다.

- 지훈이 진짜 부자다.  돈 좀 봐.

이날 지훈이는 영어문장 읽기는 서툴렀지만 특유의 느긋함으로 주변 친구들을 웃게 만들었다.

따스한 맘을 느낀 아이들은 오늘 배운 영어 표현을 더 잘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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