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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Nov 28. 2024

작별하지 않는다

눈 오는 날

  11월 올가을 첫눈이 내렸다. 절기상 12월부터 겨울이 시작되는데  11월 화려한 단풍 위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첫눈이 내린 것이다. 요즘 읽고 있는 한강 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떠오르며 눈보라가 몰아치던 제주는 무사한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첫눈 폭설

 기상이변으로 눈구름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경기, 강원 등 여러 지역에 많은 양의 첫눈이 내렸다. 기상 관측 사상 11월 최대 적설양을 기록하며 공사장 주변의 임시 시설이나 주차장 등이 무너지며 인명피해가 나기도 했다. 폭설로 지하철이 지연되고 선박운행이 멈췄다. 항공편도 결항되었고 폭설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주요 궁궐의 입장도 통제되었다. 20cm가량의 폭설에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생긴 것이다. 낭만에 젖을 새도 없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 기관에서는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의 눈은 알고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겪은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줄지어 놓인 시신들 사이에서 부모님의 모습을 찾아 헤매던 엄마. 그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딸은 그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는 일을 한다. 평범한 시민으로 지내며 세상의 부조리와 맞서 싸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픔을 뛰어넘는 삶을 살았던 엄마를 지켜보면서 딸은 묵묵히 나아가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그 힘들지만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진실을 밝히는 작업을 해 나간다.

반려동물을 보살피는 마음, 친구 간의 우정, 가족 간의 배려, 사회구성원들에 대한 예의.

한강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이 소설은 지극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작별을 견디는 법

  어머니는 인선을 키우며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 불경한 존재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늘 이불 밑에 칼을 놓아두었다. 어린 시절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견뎌내야 했던 어머니에게 늦둥이 딸은 둘도 없는 인생의 동반자였다. 부모님께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면 어머니는 조금은 더 편한 마음으로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느닷없이 불행이 닥쳐올 수 있다는 불안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으면 칼 따위는 필요하지 않을 테니.


  인선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마지막을 함께 하며 이별의 시간을 준비하고 받아들였다. 서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제주에서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며 4.3 사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노력했다. 이별의 아픔을 경험한 친구 경하와 함께 미처 마지막 말을 건네지 못하고 소중한 이들의 곁을 떠난 4.3 사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에 최선을 다한 인선.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며 눈 내리던 그 벌판을 떠올려본다.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어 전할 수 없었던 이름 모를 많은 영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때가 올까. 그때는 같이 공감하고 아파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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