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언제 정리 다 할 거야?
언제부터였을까. 아이가 스마트폰을 사고 선행학원에 다니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꽤 많은 학원숙제를 하느라 오랜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서 보낸 뒤 남는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주로 했다. 방바닥에는 책을 비롯해 화장품, 옷, 간식 봉지 등이 늘어갔다. 화도 내고 타일러도 보고 용돈 찬스도 써 보았으나 도무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좋을까. 주말에는 정리를 다 하자고 얘기한 뒤 교복을 세탁기에 넣고 돌아서는데 세탁기가 반응이 없다. 어라. 왜 안 돌아가지.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이거 세탁 좀 해 주세요. 세탁소에 가서 말하면 사장님이 깨끗하게 옷을 세탁해 주신다. 반면 세탁기는 말이 아니라 버튼을 눌러야 한다. 세탁기와 소통하는 수단은 내가 버튼을 누르는 행동이다. 세탁물과 세제가 들어가고 문이 닫히면 알아서 돌아가면 좋겠는데.
스스로 고딩이
지민아! 노래 한 곡 끝날 때까지 정리해 보자. 방에 어질러진 물건들이 많으니 다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시작도 하지 않는 아이에게 약 3분 동안 노래 들으며 청소하자고 제안해 보았다.
"엄마! 생각보다 정리 많이 했어요. 잠깐만 해도 이렇게 되네."
그래. 그 뿌듯함을 이제는 자주 느껴보자. 작은 것부터 실천하다 보면 결국 큰 목표를 이룰 수 있어. 인기 있는 인터넷 국어 강의 중에 <윤혜정의 나비효과>가 있다. 나비 효과는 기상학자 로렌츠가 만든 것으로 카오스 이론의 토대가 되었다. 작은 오차가 큰 오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아이의 방을 볼 때면 저러다 나중에 회사 다니면서 중요한 서류도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라 여기고 정리정돈을 다시 얘기하게 된다. 나도 한 번 더 집안을 정돈하는 수고를 감수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사람이다
요즘 아이들은 형제자매가 있어도 각자 방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물건을 정돈하고 관리하는 습관을 갖기가 쉽지 않다. 내가 불편하지 않으니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다. 거기에 사춘기 특유의 여러 가지 고민과 지나친 학습량에 지쳐서 자신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개선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부도 해야 하지만 먼저 가족 공동체에서 함께 지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입력해야 작동하는 로봇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자신의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진정한 성인이 될 수 있다. 그런 성인들이 이끌어가는 사회는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