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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Oct 22. 2024

생활지도는 계속된다

남학생

   20년이 넘는 교직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고 그중에는 몇 년이 지난 뒤에도 이름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남학생들이 있다. 비슷한 사건으로 아이와 계속 상담하고 학부모에게 전화하고 상담 일지를 쓰고 상담 선생님과도 연락하다 보니 다른 아이들보다 신경 쓰는 시간이 길었다. 그래서 장기기억에 포함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순진해 보이는 표정과 달리 자신의 예상과 다른 일이 생기거나 기분이 상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갑자기 돌변하는 모습을 보인다. A학생은 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미술 시간에 만든 작품을 친구들에게 돈을 주고 팔거나 친구의 말에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로 교실 안에서 의자를 집어던졌다. B학생은 2학년이지만 제시간에 등교한 적이 별로 없다. 9시 30분이 되어서야 슬며시 뒷문으로 들어오는 아이였다. 치과에는 한 번도 가지 않은 것처럼 웃을 때 보이는 여러 개의 앞니 끝부분이 썩어서 검게 변해 있었다. 말할 때마다 풍기는 입냄새에 아이들이 가까이 가기를 꺼렸다. ADHD 진단을 받아 약을 복용 중이었는데 약을 먹지 않은 날에는 기분 상하는 일이 있을 경우 옆에 앉은 아이들에게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일삼곤 했다. C학생은 사춘기를 맞은 5학년 학생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매우 즐기는 아이다. 문제는 조용히 다들 집중해서 공부하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친구들에게 말을 걸면서 대화하듯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 아이에게 공부는 대화를 마친 뒤에 잠시만 하면 되는 마무리 작업처럼 보였다.   


      B학생은 중간에 전학을 가서 그 이후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A, B 학생의 경우 지속적인 노력으로 학습에 참여하는 태도가 매우 개선되었다. A학생의 부모님은 초기에는 막둥이 A학생이 보는 앞에서도 괜히 낳았다는 가슴 아픈 말을 했었다. 하지만 가족상담을 거치며 그동안 가슴 아팠던 말을 한 것을 깨닫고 그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아이와의 관계를 회복시켰다. 그 결과 3년 뒤에 만난 A학생은 완전히 다른 모습의 바른 생활태도를 가진 학생으로 성장해 있었다. 기본 학습 능력은 계속 노력 중이었지만 수업 시간 내내 집중해서 듣는 모습에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난다. C학생은 6학년이 되어 등교 시 자전거를 타거나 어수선한 수업 분위기를 만드는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사준기이고 친구관계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신경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담담하게 풀어놓지만 막상 A, B, C 학생과 날마다 혹은 일주일에 4번 이상을 만날 때는 머리가 지끈거리고 주말 저녁부터 가슴이 답답해오곤 했다. 여전히 어떤 아이들을 만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깨달은 것이 있다. 어떤 아이든 교사와 부모가 협력해서 노력한다면 생활태도가 나아진다는 점이다. 얼마나 나아질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장난꾸러기 남자아이들에게는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내 상처받은 마음을 알아달라고 여러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뜻밖의 행동을 해서 속상하다면 먼저 내 맘의 여유를 찾아야 한다. 그러면 아이의 행동아 아니라 마음이 보이고 해결책에 가까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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