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제아제 바라아제, 있다 있다 모두 있다.

by 관음


있다. 있다. 모두 있다.
바로 지금 여기 모두 있음에 눈뜨게 하소서.


— 『반야심경의 비밀』, 「7장 주문」 중에서


a3c6c996-34a2-46e6-82ca-ef54fb225f7d.png 『반야심경의 비밀』, 「7장 주문」 중에서

揭諦揭諦 波羅揭諦

아제아제 바라아제


대부분 우리말 번역은 주문을 “가자 가자 넘어가자, 모두 넘어가서 무한한 깨달음을 이루자.”로 번역한다. 이런 번역에는 정확히 반야심경에서 그렇지 않다고 알려주는 믿음이 가득하다. 신비한 주문을 열심히 외워서 깨달음을 얻자는 믿음이 넘쳐난다. 이 말은 “지금은 아니다.”라는 말이다. 지금은 깨달음이 없다는 말이다. 또 이 말은 “여기는 아니다.”라는 말이다. 여기는 벗어나야 할 ‘삼사라(Saṃsāra, संसार)’다. 현 세상을 부정하고 이데아를 꿈꾸는 플라톤의 철학이다. 괴로운 삶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나온 번역이다. 반야심경의 내용과 맞지 않는다.


해외에서 통용되는 영어 번역은 다음과 같다.

“gone, gone, everyone gone to the other shore, awakening, svaha.”


직역해보면 “건너갔다, 건너갔다, 모두가 저 너머로 건너갔다. 깨달음이여, 사바하”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아제(揭諦)’는 산스크리트어 “가테(gate, गते )”의 발음을 한자로 옮긴 것이다. “가테”는 “갔다. 건너갔다. 완성했다.”라는 과거형의 뜻이기에 영어 번역은 본뜻을 잘 살린 번역이다.

영어 번역은 반야심경 전체 내용과 흐름을 같이 한다. “건너갔다, 건너갔다, 모두가 저 너머로 건너갔다.”는 반야심경의 뜻을 잘 품는다. 공하다, 얻을 것이 없다, 갈 곳이 따로 없다고 말하는 반야심경이 가리키고자 하는 바다. ‘나’만 저 너머로 간 것이 아니라 세상 모두가 이미 도착해 있다는 말이다. ‘무무명 역무무명진’에서부터 ‘일체고진실불허’까지의 내용을 요약한다.


찾음의 본질과 길의 본질을 살피며 스승이 반야심경을 통해서 찾는 이에게 무엇을 가리키려 하는지 그 의도를 담아 반야심경의 주문을 우리말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있다. 있다. 모두 있다. 바로 지금 여기 모두 있음에 눈뜨게 하소서.”


반야심경의 주문은 찾는 이가 반복하기 쉽게 내용을 요약해 만든 말이다. 반복으로 오랜 믿음이 씻겨나가고 스승의 가리킴에 가슴이 열리도록 하는 말이다. 그렇게 문득 앎이 일어나게 하는 주문이다.


모든 헛된 믿음을 내려놓고 다시 보면 참으로 신비하게 앎을 일으키는 주문이며 당신의 가슴을 환히 밝히는 주문이며 최상의 주문이며 따로 다른 대단한 비법을 찾아다닐 필요 없이 이것만 집중하면 되는 주문이다. 그래서 능히 모든 오해와 믿음의 어려움을 넘어, 있는 그대로의 진리가 드러나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명상은 살펴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