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마리 Sep 10. 2023

자세한 내용은 캡션을 참고해 주세요

인스타 릴스, 보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저만 짜증 나나요?

인스타그램 릴스.


인스타그램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요즘은 릴스를 인스타에서 밀어주고 있어서 피드 게시물보다는 릴스만 하는 사람들도 있네요. 근데 그 릴스. 숏폼 형식이라면서, 정작 영상 내에는 내용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몇 초의 짧은 릴스 영상으로 올려둬서 재생수를 많이 높이게끔 올려놓죠. 


그리고 한 마디 덧 붙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캡션을 꼭 확인해 주세요'


자세한 내용을 간추려서 숏폼 형식에 맞춰서 올리도록 한 게 릴스의 취지 아니었을까요? 

짧은 시간에 짧은 콘텐츠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유튜브와 인스타 모두 숏폼에 집중하고 있고, 사람들은 그렇게 도파민 중독에 되어가면서 점점 더 숏폼을 추구하게 되는데, 여기서 콘텐츠 소비자와 생산자의 입장이 갈리면서 짜증 유발 장치들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콘텐츠 소비자 입장에서 릴스가 짜쯩나는 점


1. 릴스 영상에 올려두는 정보가 너무 휘리릭 빨리 지나가도록 올려둬서, 몇 번 더 재생을 해야지만 알 수 있도록 해두거나, 유튜브의 시청 지속시간처럼 계속 스탑 하면서 보게끔 만드는 생산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한눈에 잘 못 알아보게 해서(친절하지 못 한 콘텐츠) 저장각을 노립니다. 저장 수가 많이 돼야 인스타 측에서 유용한 콘텐츠로 인식해서 더 노출을 해준다나 뭐라나..


2. 정보성 없는 영상을 하나 올려두고 자세한 내용은 캡션을 보라면서 구구절절 거의 블로그 수준으로 글을 많이 올려두는 콘텐츠 생산자들입니다. 그러려면 왜 숏폼 형식을 쓰나요? 블로그를 이용하지! = 생산자 입장에서 답변해 보자면, 인스타그램 유저들이 많으니 그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고, 인스타에서 릴스를 밀어주니 릴스 포맷을 해야겠고, 재생수 높여서 노출을 잘 되게 하려면 숏폼에 내용 없이 몇 초로 짧게 해서 빨리 돌려야겠고, 그렇지만 내용이 없으면 이탈자들이 많이 생길 테니 캡션에 자세한 내용을 올려둔다. 캡션을 보는 동안 릴스 영상은 계속 재생되니까.





아무렇지 않게 인스타그램이 깔아 둔 판 형식이 이러하니 

그냥 별생각 없이 사용하던 중에, 욱 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이런 방식으로 판을 만들어둬서 유저들이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을 늘릴 수 있고, 숏폼 형식에 익숙해질수록 소비자들은 도파민 중독이 될 것이고, 그래서 계속 더 이런 콘텐츠를 소비하게 될 겁니다. 그걸 다 알고서 그들은 이런 판을 계획한 게 아닐까 싶네요. 





근데 정녕

이런 콘텐츠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소비자를 위한 것인가

생산자의 떡상을 위한 것인가

인스타그램의 광고수입을 위한 것인가.




이런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으니 그들이 깔아놓은 판, 포맷에 맞춰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렇지만 그런 시스템이 콘텐츠 소비자에게는 짜증을 부르는 방법이라는 것.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 살기로 했는데,

이런 판에서 어떤 생산자가 되어야 할까 고민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인스타 떡상을 위한다면), 위에서 적은 것처럼 노출과 재생수, 저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소비자를 귀찮게 하는 콘텐츠를 만들면 됩니다. 그리고 소비자의 시간을 잡아먹으면 됩니다. 시간이 곧 돈이니까요.


왜냐? 그러면 재생수도 높아질 것이고, 저장 수도 많아질 것이고, 그렇게 인스타 계정이 커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니까요. 매체의 성격이 점점 변질되어 가는 걸 보면서 취향공유용 sns로 사용되던 인스타그램이 미끼용 릴스가 가득한 광고판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별로입니다. 그러면서도 막상 계정 삭제는 못 하겠는.. 나 자신이 빼박 현대인이라는 점도 아이러니네요.





실제로 인스타그래머는 아니지만, 

유튜버 중 나름 성공한 한 사람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본인은 콘텐츠 생산을 직원을 통해서 올리기만 하지, 본인 휴대폰에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어플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즉 소비자의 입장으로서는 이런 SNS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이 바닥을 이용해야 하는 생산자 입장으로서 쓰레기 같은 콘텐츠로 떡상을 바라게끔 만들어 놓은 판이 너무 싫네요.


브런치는 변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서 어쩌라고'를 연습중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