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을 내려놓는 방법
자발적 백수가 된 지 3개월이 지났다.
'백수'라는 단어가 싫다. 내 주변의 사회의 시선은 적어도 할 일 없는 무능력자로 보기 때문이다. 난 무능력자 아닌데 말이다.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을 의식해서 나를 숨기려고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애썼다. 근데 문득, '왜 이래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주늑들고 숨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기준이 '사회적으로 보편적인'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만의 기준이 없었기에, 인생을 잘 살아내고 있다는 나만의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감에 따른 내 나이에 맞는 사회적 기준에 비교해 보고 그보다 못난 나 자신에게 화가 나고 나의 가치를 낮게 평가했던 것이다. 무능력한 건 아닌데 무능력자로 보는 세상의 보편적인 시선에 굳이 따라가지 않으면 되는 것이었다. 어쩌면 나 포함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시선에 세뇌당했던 것 같다.
할머니는 전화 통화할 때마다
'좋은 회사 취직해야지'라고 말씀하신다.
물론 당장 내일이라도 나의 시간을 소비해 어느 회사든 들어갈 수는 있다. 다만 안 할 뿐. 그냥 더 걱정을 안겨드릴까 봐 아 네네하고 전화를 끊지만, 취직이 아니라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생긴 이후로 나의 조급함은 조금씩 가라앉았다. 어른들일 수록 대학 졸업하면 회사 취직하는 게 당연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그런 회사는 누가 만드는가. 책을 많이 읽을수록 취직만이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사업이 내게 잘 맞으리라는 확신은 없지만, 적어도 내게 잘 맞지 않는 것, '아닌 것'은 안다.
취직보다 더 힘든 게 사업이겠지만, 왜일까?
기준이 회사 취직이 아니라 나만의 사업을 어떻게 하느냐에 주체적인 기준이 생겼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직 명확하진 않지만, 내 것이 아닌 회사라는 존재를 위해 일하는 것보다는, 나의 생각을 풀어낼 고민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 당장 가시적인 결과물은 없더라도 미래의 가치를 위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회사원들도 물론 매일을 쳐내가는 날들이 힘들 것이다. 단지 그 기준이, 그 쳐내가는 시간이, 회사를 위한 날들이냐 나를 위한 것이냐가 다를 것 같다. 그 기준.
회사는 모든 것을 책임져주진 않는다.
꽤 유명한 게임회사에 다니는 친구는 10시에 출근해서 10시에 퇴근한단다. 요즘은 토요일까지 주 6일 동안 말이다. 허리 디스크 때문에 병원을 가야 하는데 병원 갈 시간이 없단다. 왜? 회사에 있어야 하니까. 병원을 가려면 연차를 내야 한단다. 월급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한 달에 4-5일만 온전히 본인을 위해 쉬는 날이라면, 무슨 의미일까. 물론 월급은 달콤하다. 하지만 정신과 몸을 망가뜨려서 미안하다며 놔주는 무통주사 같은 것 아닐까?
'취직 못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회피성으로 사업하는 거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혹자의 시선/생각에 답하겠다.
근데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회피성 성격이 없진 않으니까. 하지만 어쩌면 이런 회피성 성격이 내 인생의 길을 확 틀어버려서 더 넓은 새로운 길을 만들어버린다면 고마워할 부분이지 않을까? 그리고 많은 경제 경영 자기 계발 서적에서 말하듯이 부자 되는 루트는 사업가 / 투자자 둘 중 하나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쨌든 두 루트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니까 취직보다는 낫겠지. 그리고 많은 적성, 심리테스트를 해봐도 관리자 역할을 하거나, 혼자 일하라는 결과가 많이 나온다. 사회적 시선/기준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킬수록 나의 마음은 차분해진다. 내 길은 다른 쪽으로 예비되어 있을 거라 믿는다.
더뎌도 나를 채워가고 미래를 쌓아가는 중이다.
조급함은 잘못된 사회의 기준과 나의 마음먹기에서 온다.
난 남들 회사에서 일할 때, 카페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디자인을 하고, 미래를 구상하고, 운동을 하고, 나를 위한 끼니를 요리해 먹고, 식물을 기르고.. 소소하지만, 당장 손에 잡히는 소득은 없지만, 진정한 나를 채워가고 있다. 건강하게 챙겨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있고, 운동할 시간이 있고, 주 2회 병원 다닐 시간도 있고,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것 외에는 객관적으로 볼 때 좋은 것들이 더 많다.
우선 한 발 내딛고 출발하면 그 순간부터 길은 생긴다.
가만히 있지만 않으면 된다. 개고생을 하더라도 그것 또한 인생의 경험을 되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결과지향주의라 글을 쓰면서도 어색하지만,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는 연습을 하며 오늘 하루도 나의 성장과정을 기록해 가자.
월급의 달콤함보다 대단할 미래를 기대하며,
내적으로 성장하는 나로 매일을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