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지 말고, 속지 마세요
소소하게 용돈벌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에 아주 오랜만에 알바몬을 켜봤다. 재택으로 할 수 있는 알바거리를 찾다가 '건당 3만 원'이라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진 찍기'라는 걸 보고, 매일 사진 50장은 찍는 것 같은 내게 딱일 것 같아서 지원했다.
그리고 며칠 후 문자가 왔다.
그리고 '아! 이게 그런 거였구나!'
하고 바로 무시해 버렸다.
하마터면 내가 '개 사기 리뷰' 생산에 일조를 할 뻔했기 때문이다.
알바 공고의 내용은 건당 3만 원 이라길래 사진 한 장당인 줄 알고, 나는 나름 사진도 잘 찍는 말을 많이 들었었고 최신 기종 휴대폰을 갖고 있었기에 신청했던 건데, 3만 원은 개뿔. 150원이었다.
문자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 한 상품 당 200장 정도의 사진을 찍을 것. (장당 150원)
- 모두 다른 사람이 찍은 것처럼 다른 배경에서 찍을 것.
- 비슷한 사진처럼 보일 경우 장당 개수에서 제외됨.
- 2~300장을 최대 일주일 내에 찍어서 보내야 함.
- 식품, 전자기기, 생활용품 등을 택배로 보내면 그걸 찍으면 됨.
그러면서, 지원자가 너무 많으니 예시로 상품 하나를 다른 배경에서 다른 사람이 찍은 것처럼 10장을 찍어서 보내달라더라. 그러면 최종 3명을 뽑겠단다. 아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리고 가장 충격이었던 것.
* 찍으시는 사진은 고객 블로그&카페 포스팅에 쓰이는 사진입니다.
* 최대한 다른 배경, 다른 사람이 찍은 것처럼 보여야 됩니다.
* 퀄리티보단 한 장 한 장 다른 느낌이 포인트!
난 그동안 무엇이든 인터넷으로 잘 사는 편이고 리뷰를 나름 꼼꼼히 다 살피는 편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개쓰레기 사기 리뷰를 만들어낸다면, 소비자들은 이게 진짜 리뷰인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리뷰생산의 비밀은 또 있다.
블로그 리뷰 원고글만 쓰는 '작가'들을 모집하기도 한다. 가짜 사진도 있으니, 당연히 가짜 글도 존재한다. 넣어야 할 키워드 몇 개를 정해주면서 최소 몇 번 언급해야 하고, 이런 식으로 최소 몇 자로 쓰라고 지시한다. 이렇게 고급진 사기 스킬로 , 다른 사람이 찍은 것 같은 사진과 글을 갖고 블로그와 카페에 글을 올려서 "진짜 리뷰"인 척하는 것이다. 이런 걸 마케팅이라고 해야 할까 사기라고 해야 할까?
일은 일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근데 뭔가 이런 일을 하면서, 혹은 이런 일을 추진하는 회사에 직원으로 있다면, 그들의 양심은 어떤지 궁금하다. 진짜로 보람 있는, 혹은 세상에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할 수 있을까?
실제 리뷰가 아닌
가짜 리뷰를 뽑아낼 수 있는 세상.
리뷰에 들어가는 사진은 장당 150원이다.
블로그 글에는 최소 10장 정도의 사진이 쓰일 것이고, 그렇다면 1500원어치의 사진이 쓰이는 거겠군요.
그리고 블로그 원고 글은 대략 1000~1500자 기준으로 6~8000원 정도 받는 것 같다. 그렇다면 대략 1만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사기리뷰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거다. 더 이상 리뷰 수 몇 만개, 리뷰 평점 등은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는 나름 방문자수가 꽤 많은 블로거에게 3만 원 정도의 원고료를 주고 본인 블로그에 올라달라고 할 것이다. 혹은 카페에 후기, 리뷰글로 올라갈 것이다.
한때 파워블로거 활동을 했었기에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리뷰용 사진까지 150원에 뽑아먹는 걸 온라인 마케팅이랍시고 하게 되었다는 세상이 좀 씁쓸하고 기가 찬다.
왜 스마트폰 사진 촬영이라고 했는지 알겠다.
일반 소비자가 직접 리뷰에 올린 듯하게 찍은 것 같은, 자연스러운 사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생산자로 나뉘는 이 세상에서, 생산자의 위치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딴 개사기 쓰레기를 생산하고 싶지는 않다. 고작 150원에 나의 재능을, 나의 시간을, 콘텐츠를, 데이터를 결코 낭비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건 사기 행위의 일조하는 게 아닐까?
속지 말자.
그깟 150원에, 속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