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주제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모름지기 논문을 써야 하는 대학원생이라면 뭔가 거창한 논문을 쓰고 싶을 것이다. 그것이 내 커리어를 빛내기 위한 스페셜 한 장치일 때도, 졸업을 위한 논문일지라도. 무엇이 목표가 되건 논문의 틀을 잡는 건 어려운 일이다. 두 학기를 마친 이 시점에도 나는 내 졸업을 위해 매달려야 할 논문과 얼마 후 참석해야 하는 학회에 제출할 페이퍼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사실은 이 글을 쓰고 있어야 할 시간은 아닌 것 같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싶다.. 논문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렇다면 연구 주제는 어떻게 정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관심 있고, 내가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내 논문의 주제로 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상적이라는 말이 항상 그렇듯, 그것을 원하는 대로 현실화시키기엔 어려운 문제가 많다.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IT 트렌드에 밝고 관심이 많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학문적인 문제로 연결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내가 표현한 어떤 A라는 현상은 미디어나 업계에서는 그렇게 부를지 몰라도, 학계에서는 조금 더 학술적인 용어로 불러야만 했다.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나도 최근엔 사람들이 아날로그에 관심이 많다는 점과, 큐레이션이 플랫폼에 어떻게 적용될까 궁금했지만 이를 학문으로 응용하는 데 실패한 것 같다.
아마도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확실하게 이렇게 하면 된다고는 말할 수 없다. 주제를 생각하면서 아주 생소하거나 혹은 아주 제너럴 하거나 하는 것은 늘 부딪히는 문제다. 생소한 것은 그만큼 연구 주제로는 적합하지 않거나 남들이 하지 않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 논문화 되지 않았거나 누군가 연구 중인 문제일 수 있다. 제너럴 한 것은 이미 남들이 아주 많이 연구한 분야라던가, 더 이상의 연구로는 가치가 떨어지는 무언가 일 확률이 크다. 이 경우, 웬만큼 내가 떠올리거나 묶어서 생각해 본 것들은 대부분 존재하는 논문인 경우다 많다.
쉽게 말해, 생소할 경우 안 하는 이유를 찾게 되고, 제너럴 한 경우 이미 너무 흔하기 때문에 피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대체 논문을 어떻게 쓰라는 것인지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해야 하는 것은 반대의 근거가 없을 정도로 분명하다.
창의적인 사고를 연습할 때 하는 행위가 그러하듯, 내가 관심 있는 테마를 하나 정하고 이리저리 다양한 관점으로 보려고 노력해본다. 다른 현상과 묶어서 생각해보기도 하고, 뒤집어서, 반대로, 여기서 저기서 바라보기로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큰 국자에 건더기 하나쯤은 걸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연구와 논문에 대해 고민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얘기가 고작 이것뿐이라니. 어느새 대학원 생활 1년을 가까이 보내면서도, 의미 있는 연구를 만들어 가는 일은 항상 어렵게 다가온다. 그래도 처음 한 번이 힘들다고, 그 한 번을 이겨내고 나면 나름대로의 행복 회로를 돌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