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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ikun Apr 15. 2018

#9 스노우와 스냅챗 이야기

일 년 만에 뒤집힌 스노우의 미래

며칠 전 스노우의 적자 폭이 700억 원 가까이 된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 앱은 약 일 년 전, 제 글로벌 가입자 1억 명에 MAU(Monthly Active Users)가 7~8000만 수준이었다.

스노우는 '제2의 스냅챗', '아시아의 스냅챗', 등으로 불리며 한껏 기대를 모은 국산 카메라 앱이다. 초기엔 스냅챗과 매우 유사한 기능이 많았고, 별 다른 차이점을 보이기 어려웠지만, 스노우는 특유의 사진 보정 기능과 다양한 꾸미기 아이템을 통해 많은 유저를 확보해왔다. 아시아의 인지도 높은 스타들이 스노우를 재미있게 활용하면서 유행이 된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기 시작한 스냅챗과는 달리, 스노우는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수익'을 가져오는 통로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스냅챗은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저들의 일반적인 앱 사용 과정에 로컬 광고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고 있다. 반면 스노우는 최근에 기존의 메세징과 동영상 전송 기능을 삭제하고 '일상이 특별해지는 AR 카메라'로 서브네임을 바꿨다. 차세대 메시지 트렌드 라며 아시아 시장에서 주목을 받던 앱이었는데, 메시징 기능을 삭제하면서 '단순한 카메라 필터 앱'으로 전락했다는 느낌이 든다. 사진을 이쁘고 재미있게 꾸며주는 다양한 필터와 스티커도 좋지만, 광고 플랫폼으로 성장한 스냅챗을 보면서 조금 더 수익화를 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싶다. 오히려 이러한 전략은 자사(현 라인플러스)의 B612 나 라인 카메라 앱과 차별성을 두기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


일상이 예능되는 꿀잼 카메라가 다큐가 됐다.

AR은 VR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신기술이지만, 'AR 카메라 스노우' 는 유저들이 스노우를 꼭 써야 할 당위성을 만들어주지 못한다. 스냅챗의 '카피캣'으로 만들어진 스노우가, '대체 불가능한 앱' 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료에 따르면 스노우의 주 사용자층은 10대~20대 여성 유저가 중심이 된다. 그들은 실제 모습보다 더 잘 나오는 사진을 찍고 셀카 사진으로 사용하기 위해 스노우를 쓰고 있을 뿐, 그들에게서 추가적인 행동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새로운 포지셔닝을 위해 일부 기능을 삭제했지만, 타겟 사용자층은 브이(V)앱 에서 광고에 노출되고, B612와 같은 필터 앱으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사실상 스노우가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고 느껴진다.


문화적인 차이도 존재하지 않을까? 미국의 스냅챗 유저들은 자신들의 일상과 실시간의 모습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친구들에게 전송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의 경우,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나를 조금 더 꾸미고, 기록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10초의 마법이 사라지는 순간을 즐기기보다, 내가 잘 나온 모습을 메모리에 저장하고 싶은 탓일까. 얼굴을 내려다볼 수 있는 45도 정도 위의 위치에서 나를 더 '이쁘고 잘 보이게' 이미지화하는 작업은 셀카에서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셀카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SNS에는 전형적인 셀카 스타일의 이미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뷰티 앱, 셀카 보정 앱이 항상 앱스토어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이 이 현상을 뒷받침해준다.


스스로를 소셜 미디어 회사가 아닌 '카메라 회사'로 부르고 있는, 그리고 이젠 광고 회사로 불리는 스냅챗은 카메라를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바꿔놓았다. 사진을 활용한 메신저는 나의 주변 사람들과의 친밀감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그렇다면 스노우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더 이상 제2의 라인이 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스냅챗과 스노우, 그들 모두 AR 카메라를 무기로 쓰고 있다. 순간을 공유하는 스냅챗과 일상이 특별해지는 스노우의 차이는 시각의 차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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