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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민재 Aug 21. 2022

대기업 영업하기 2탄

엔터프라이즈 마케팅의 기술

2021년 나는 대기업 두 곳과 총 수십억의 소프트웨어(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두 곳 모두 6개월 이상의 Cooking(영업 과정)이 있었지만 흔히 말하는 접대 자리인 술자리나 식사자리를 따로 갖지 않았다. 


스타트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폭발적인 성장을 꿈꾼다. 위기를 극복하고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것을 가리켜 J커브로 성장한다고 하는데 이는 시장을 읽고 적절한 사업의 방향을 설정해야 가능하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과 BM이라 할지라도 시장에서는 경쟁자가 생겨나고 고객은 새로운 것을 찾기 때문이다.


초기 사업에서 성장을 위해 대기업과의 제휴나 계약을 전제로 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대기업 1곳의 매출이 중소기업 100개 이상의 매출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아래는 간단하게 정리한 기업 형태의 구매력과 예산 수립시기의 정보이다.


기업 형태에 따른 구매력

1개의 대기업을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 수천 개의 중소기업을 고객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대기업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Sales나 마케팅 비용이 수천 배가 들까? 그건 아니다. 물론 더 큰 노력이 필요하지만 대기업을 고객으로 만드는 일은 마케팅이 중요한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디지털 마케팅과는  차이가 있다.


대기업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브랜딩 3요소


1. 사람이 곳 브랜드다.

대기업과의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을 상대하는 사람이다. 대기업은 상대 기업의 재무정보도 당연히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내가 만나는 영업 담당자의 모든 요소를 본다. 지식,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컨설팅 역량을 갖췄는지 먼저 파악해 볼 것이다. 이런 지식을 갖추지 못했다면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없고 그 계약은 시작조차 해보지 못할 확률이 높다. 나 자신이 회사가 되어야 하고 브랜딩이 되어 있어야 신뢰를 줄 수 있다.


자, 이제 대기업 고객과 첫 미팅을 한다고 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첫인상, 즉 애티튜드가 중요하다. 아주 기본적인 비즈니스 매너와 룩앤필(드레스코드, 옷의 컬러 등)을 확인해야 한다. 그 이유는 대기업은 큰 조직이다. 그런 큰 조직에서 외부인과의 미팅은 하루에도 수차례 일어난다. 대기업은 대기업마다 각자 다른 스타일의 톤 앤 매너가 있다. 복장이 다르고, 체계도 다르며 일하는 문화도 다르다. 여기서 우리가 챙겨야 하는 부분은 바로 '이질감'을 주지 않는 것이다. 고객으로 하여금 이 미팅이  편안하게 느껴지도록 나의 톤 앤 매너와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 한다.


아래 사진은 2022년 삼성전자 임원인사 사진 중 일부이다. 

2022년 삼성전자 임원인사 뉴스 기사 발췌

무엇이 느껴지는가? 그들의 룩앤필이 느껴지지 않는가? 흰색과 푸른 계열의 와이셔츠를 하고 있고 단추를 하나 풀었다. 얼굴은 얇은 미소를 띠고 있고 이마가 보이는 깔끔한 헤어스타일이다. 파란색은 삼성의 브랜드 컬러이다. 그리고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 풀고 재킷을 입은 것은 자유로움과 프로페셔널함을 모두 추구하는 것이다.

자, 그럼 삼성 계열의 고객과 미팅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푸른 계열의 셔츠에 재킷을 입고 타이는 하지 않아 조금 자유로워 보이지만 깔끔하여도 단정한 용모로 프로페셔널한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복장을 착용함으로써 그들의 문화에 최대한 이질감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 위 사진을 자꾸 보다 보면 미팅에 갔을 때 신기한 점을 목격할 수 있다. 그 조직에 속한 사람들이 느낌이 닮아 있음을 느낄 것이다. 대기업은 조직문화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분위기의 차이가 매우 크다. 이를 느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아래는 내가 느꼈던 국내 대기업의 톤 앤 매너 룩앤필이다. 주관적인 기준으로 참고하되 느낌을 미리 알면 좋을 것 같다.

국내 주요 대기업 조직문화와 룩앤필


첫인상을 통과했다면 두 번째 관문은 무엇일까? 바로 '지식의 스펙트럼'이다. 대기업을 영업하는 담당자라면 그 지식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야 한다. 기술만 알면 기술자고 영업을 하면 영업 전문가 아닌가? 혹은 같이 가서 고객을 설득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필자는 대기업 미팅에서 기술과 영업을 모두 하는 사람이라면 혼자가 길 권유한다. 또는 서포터(회의록을 적는 영업 주니어)를 데리고 가야 하지 기술 책임자나 다른 전문가를 동행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지식의 스펙트럼

대기업과의 계약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게 작동한다. 그럼 그 신뢰가 누구에게 향해야 하는가? 스타트업은 기업이 작다. 재무구조도 좋지 않고 매출 또한 말할 것이 없다. 그럼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바로 영업 담당자인 나 자산이다. 그런 내가 100% 신뢰를 만들지 못하면 계약을 끌고 가기 어렵다. 그래서 내가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기술부터 영업, 마케팅, 회사의 미래 방향성까지 모두 파악하고 고객을 만나야 한다.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분야의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 사업 담당자를 만나서 기술에 대해 심도 있게(물론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기술 담당자에게는 사업과 마케팅의 방향성에 대해 제안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넓은 스펙트럼으로 고객과의 대화를 내 무대 안으로 가져와야 한다. 


2. 회사와 제품에 대한 입소문을 만들어라

입소문 즉 바이럴 마케팅은 마케팅 요소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손꼽힌다. 그런데 대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입소문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대기업의 의사결정자는 많은 루트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다른 계열사의 임원, 파트너사, 고객사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수십억의 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 특정 정보는 의사결정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그로도 입소문이다. 우리 회사의 제품을 아예 알지 못하는 것보다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단점이 알려져 있다면 그 단점에 대해 어떻게 극복하고 있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으면 상관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제공하고 있는 사업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로의 확대 그리고 마케팅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제품의 강점과 특징에 대해 소문이 나게 해야 한다. 우리 회사의 제품이 모든 분야에서 뛰어날 수 없다. 대기업 임원에게는 특정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USP(Unique Selling Point)를 보여줘야 한다. 우리 회사의 제품만 갖고 있는 특징과 경쟁사와 차별화된 포인트가 부각되어 입소문이 나야 한다. 또 이 입소문의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는 대기업의 제품 구매 사이클과 연관이 있다.


아래는 대기업의 구매 사이클이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서 계약 품의가 이뤄질 때까지 적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중에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과정이 제품 검토와 내부 보고 과정인데 실무자에서 시작하는 사업의 경우 임원보고만 10차례 이상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계약했던 고객사의 차장급 실무자 분도 14명의 임원을 설득하고 우리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고 했다. 여기서 계약까지 빠르게 촉진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입소문이다. 이때 우리는 우리의 상사 또는 외부 지인, 상사, 협력사에 요청을 해야 한다.



대기업의 구매 프로세스


가장 좋은 방법은 글로벌 기업인 Microsoft, Oracle, Google, Amazon과 같은 회사의 한국 지사와 파트너십을 갖고 있다면 이 파트너십을 통해 쉽게 입소문을 낼 수 있다. 글로벌 회사와의 파트너십이 어렵지 않다. 이 회사들의 한국 지사는 언제나 스타트업과의 협력이 열려있기 때문에 먼저 문을 두드리고 공동사업이 바로 궤도에 오르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입소문 한 번의 도움으로 수십억, 수백억의 계약의 성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기에 맞는 PR도 중요하다. PR이라고 하면 흔히 언론보도를 생각하게 된다. 물론 보도자료를 주기적으로 릴리즈 하는 것도 제품 판매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시기에 맞는 PR은 좀 다르다. 그 시기의 정치, 경제, 사회 상황을 읽고 그에 맞는 주제의 PR을 제품과 연결해서 내보내야 한다.


여기서 마케팅이 아니라 PR을 하라고 한 점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회사나 제품을 모르기 때문에 공신력이 있는 기관이나 매체를 통해 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마케팅, PR, 광고, 브랜딩의 차이


정부의 정책 사이트나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보면 그 시대의 정책이나 방향을 할 수 있다. 기업은 이런 정부의 방향에 맞춰서 사업 노선을 일부 조정하거나 방향을 세운다. 이런 내용을 활용해 PR을 적재적소에 내보내야 한다.




대기업과의 계약 체결과 그 후


위와 같은 브랜딩 요소를 갖추더라도 대기업과의 계약은 긴 과정이다. 계속된 제안과 가격 협상 과정이 남아있다. 아래는 대기업 한 곳과 계약하기 위한 파일 생성 히스토리를 나열한 것이다.

대기업과의 가격 협상 히스토리

또한, 대기업에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한 후에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 남아있다. 대기업은 우리 회사의 제품을 구매했다. 대기업의 자본력은 우리의 상상 이상이다. 우리가 제공한 제품을 그대로 만들 수도 있고 이에 대한 경쟁사가 되어 우리의 사업을 가져갈 수도 있다. 그래서 대기업에 제공한 제품이 커스터마이징 또는 새로운 기술이 융합되어 제공되었다면 이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등록해야 한다. 


또한 대기업과의 계약은 단번에 큰 매출을 만들어 단기 지표 상승에 도움을 주지만 이에 맞춰 연쇄 계약이 일어나지 않으면 년간 성장지표가 들쭉 날쭉한 그래프를 만들 수 있다. 스타트업이라면 꾸준히 성장하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계약을 진행할 때 하자보수나 라이선스 계약을 연간 계약을 잘 협상해서 진행해야 한다. 단기의 성장도 좋지만 꾸준한 매출을 만들어내는 Cash Cow 역할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과의 계약은 긴 호흡을 가져가야 한다. 흔히 마라톤에 비유해서 표현을 하는데 영업의 과정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Cooking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또한 대기업과의 계약은 계약 체결이 끝이 아닌 시작이다. 더 큰 규모의 기회를 만들 수도 있으며, 사업 파트너가 되어 함께 시장에서 협력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많은 가능성을 고려해서 대기업과의 계약을 바라보고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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