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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필록 Apr 25. 2021

코로나 시대의 휴가

제주도 여행 전 날의 마음

만 1년 만에 휴가를 썼다. 작년 휴가 때는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오는 것에 날짜를 다 썼던 터라 올해 휴가 때는 반드시 여행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올해 봄쯤에는 코로나가 종식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코로나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 휴가를 쓰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최근 업무 스트레스도 심했고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던 탓에 빨리 쓰기로 했다.


최근에 다시 코로나가 확산세에 접어들고 있었기에 어딘가 여행을 간다는 것 자체도 어딘가 불안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죄송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혼자서 가는 여행이기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여행 계획을 세웠다. 강원도 일대를 돌아볼지, 서울에 가서 전시회 투어를 할지 생각도 들었지만, 대학생 시절에 태풍으로 인해 가지 못한 후에 나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던 제주도를 가기로 결정했다. 


여행 일정을 짜고 숙소 예약을 잡으며 놀란 것 중 하나는 제주도의 유명한 숙소는 무려 세 달 전쯤부터 이미 예약이 꽉 차 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제주도에 아직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인데, 그에 비해 제주도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새삼 놀라웠다(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사람들이 제주도를 찾는 것일지도). 


애초에 1, 2차 유행 시점에서 강한 규제를 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는 시점에서 집에만 있어야 하는 무조건적인 규제만이 정답이 아니라고 느끼는 요즘이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자영업자들의 생계도 그러하거니와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며 기분 전환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한 심정일까. 해외 여행길이 사실상 막힌 상태에서 여행으로 기분전환을 하는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제주도 여행이 사실상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고 오는 최대치의 마지노선일 테다. 조금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 생에 첫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는 밤이다. 


여행 출발 전날 밤은 항상 설레는 법이지만, 코로나 시대의 여행은 어쩐지 걱정이 조금 앞선다. 최대한 혼자서, 지금까지 그래 온 것처럼 누구와도 연을 맺지 않고 잘 쉬다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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