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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필록 Aug 14. 2021

가장 어두운 밤의 위로

지난 두 달간 글을 쓰지 못했다. 특별한 일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무런 일이 없던 탓에, 여느 때보다 심한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것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는 원인이 되어버렸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처음에는 지금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벌써 서른아홉 살의 반이 지났고 내년이면 불혹의 나이가 되지만, 눈에 띄게 이뤄놓은 것이 없다는 사실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나이의 앞자리가 '4'가 되었을 때도 계속 이 일을 이어나가야 할 것인지, 회사를 뛰쳐나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작게나마 도전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이 매일매일 계속되었다. 코로나 시국에, 모아놓은 돈도 많지 않은 내가 지금의 안정적인 수입을 포기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 만큼의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까.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휴일이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끼니를 때우고 유튜브를 전전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되었다. 하루 종일 집 밖을 나가지 않다 문득 너무 갑갑해졌다. 뭐가 됐든 간에 지금 집에만 있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 문 밖을 나섰다.


평소의 주말 저녁이라면 사람으로 붐빌 거리가 한산했다. 가게들의 네온사인들은 일찌감치 꺼진 곳이 태반이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긴 탓에 임대 딱지가 붙은 가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어쩐지 지난 두 달 동안의 내 심정처럼 꺼져가는 불빛들을 보니 마음 한 켠이 무거웠다.


그렇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이 상황에도 켜져 있는 빛이 있다는 것은, 포기를 말하기엔 아직 나에게도 이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생각했던 한 달에 5편의 글이 아니더라도, 그저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을 써내려가는 것이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강박에 의한 글이 아니라 정말로 쓰고 싶을 때 쓰는 글을 쓴다면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무작정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겠지만,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결정할 거라면 제대로 미리 알아보고 준비한 후에 진행해야 할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서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 퇴사를 하는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서른아홉의 남은 4달은 마흔 살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고 다짐한 잠깐의 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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