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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Oct 01. 2023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배우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다양한 사고방식의 결합은 모두에게 이롭다.

엄마가 천사라고 부르는 여동생이 '정말로 하늘을 날 수 있는지' 2층에서 동생을 밀어버린 아이를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내 아이가 이런 행동을 했다면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도대체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고민으로 밤에 잠을 못 잤을 것 같다. 중학교 때 ADHD 진단을 받고 성적 미달로 고등학교를 중퇴한 토드 로즈(Todd Rose)의 이야기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충동적이었던 이 아이는 놀랍게도 나중에 하버드 대학원 교수가 되었고, 지금은 Populace라는 싱크탱크의 CEO로  개개인성에 집중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그런 토드로즈가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서 GRE 시험을 준비하던 때의 이야기다. GRE 시험 중 분석적 추론 영역에서 유난히 성적이 낮게 나왔고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어느 날 그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조언했다. "넌 시각적 사고가 아주 뛰어나니까 시각적 사고에 의존하는 문제 풀이 방법을 활용하는 편이 좋을 것 같구나." 작업 기억이 뛰어나지 않은 토드로즈에게 선생님이 알려준 방법으로 풀 필요가 없고 네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보라는 말이다.


내 GRE 지도 강사가 알아낸 문제 풀이 방법은 그 자신의 들쭉날쭉한 지능에는 잘 맞았으나 나의 들쭉날쭉한 지능에는 그다지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운 좋게도 아버지가 나의 들쭉날쭉성을 더 확실하게 알아봐 줬다. 아버지 덕분에 나는 내 문제를 제대로 파악했다.
나의 문제는 약한 분석력이 아니었다. 모의시험에서 지도 강사의 방법대로 풀며 번번이 쓴맛을 보면서 선택했던 일차원적 관점이 아니라, 나의 가장 취약한 지능, 즉 작업 기억에 의존해 문재를 풀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다. 그러다 아버지 덕분에 내 강점을 발휘할 만한 전략을 깨닫게 되면서 비로소 시험문제의 답을 제대로 풀며 내 진정한 재능을 펼칠 수 있었다. -<평균의 종말>, P.146
처음엔 학생으로, 나중엔 교수로 살아오면서 학생이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하면 흔히 그 학생이 비난받는 모습을 줄곧 지켜봤다. 하지만 누구나 다 같은 방식으로 배우는 것은 아니다. - <비주얼 씽킹>, p.111


시각적 사고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의 탄생>에도 언급된다. 생각도구 2- 형상화 편에서 '시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비시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물리학자 피터 캐루터(Peter Carruther) 역시 시각형 사고자인데 그는 이른바 '그림형' 학자들 그룹과 '수학형' 학자들 그룹을 따로 놓고 보았다. 수학형 물리학자들은 캐루터가 '물리학적 직관'이라고 부르는 시각형 사고 경향을 갖고 있지 않다... (중략)
백여 년 전에 앙리 푸앵카레는 시각적으로 사고하는 학자들과 그렇지 않은 학자들과의 분열현상을 최초로 감지했다... (중략) 푸앵카레는 학자들이 시각적 이미지를 선호하거나 선호하지 않는 것처럼 학생들에게도 그와 같은 경향이 있음을 알았다.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학생들은 문제를 '분석'해서 풀고 어떤 학생들은 '모양'을 가지고 푼다. 전자는 '공간적으로 보는' 능력이 없고 후자는 긴 계산에 쉽게 싫증을 내고 포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두 종류는 모두 과학의 진보에 똑같이 필요한 것이다." - <생각의 탄생>, p. 97~99


시각형 vs 비시각형 인간


최근 <비주얼 씽킹>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이 훨씬 더 구체적으로 이해됐다.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은 다른 사고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주얼 씽킹>에서는 본인과 같은 '시각적 사고자'들이 무엇이 다르고 얼마나 놀라운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그 가능성을 짓밟는 교육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핵심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재능을 찾아내서 기술을 장려하고 개발해야 사회가 더 유익하고 풍요롭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팀에 시각적 사고자를 두기만 해도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들 특유의 접근법을 활용하면 다른 사람들이 놓치는 점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시각적 사고란 눈으로 뭔가를 바라보는 vision이 아니라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이해해 보자. <비주얼 씽킹>의 저자 템플 그랜딘은 사고방식을 언어형, 사물 시각형, 공간 시각형과 같이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같은 설명서를 봐도 사물 시각형 인간은 그림을 바라보는 데 시간을 더 많이 쓰고, 언어형 사고자는 설명서를 읽는 데 시간을 더 많이 쓴다. 공간 시각형 인간으로 알려진 패턴 사고자들은 원칙과 패턴을 찾아내 추상적으로 상상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템플 그랜딘은 각 유형을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직업 유형으로 분류해서 설명하고 있지만, <생각의 탄생>에서 언급한 것처럼 같은 수학자들 사이에서도 다른 유형의 사고자가 있다는 것은 같은 직업 사이에서도 다른 사고방식이 존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어디든 서로 다른 유형의 뇌를 결합하면 우리는 얼마나 놀라울 정도로 생산적이 될 수 있을까? 위에 인용했던 푸엥카레의 마지막 말을 다시 되새겨 보자.


그렇지만 이 두 종류는 모두 과학의 진보에 똑같이 필요한 것이다.

-앙리 푸앵카레 Henri Poincaré
(특수 상대성 이론에 기여한 프랑스의 수학자)


문제는 우리 사회가 언어형 사고자에게 유리한 교육 방식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토드 로즈와 같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아이에게 어렸을 때 문제아라고 낙인찍는 사회가 되면 어떨까. 우리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 있어서 좀 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할 것 같다. '다를 수 있다'를 넘어서 '다르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비주얼 씽킹> 에서 강조하듯이 다른 부류의 사고자들이 원활하게 협업하려면 각자 다른 부류의 사고자가 존재한다는 사실부터 알아야 한다. 그러면 서로의 다양한 능력으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반대로 나와 다른 생각을 맞닥뜨리면 거부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다양한 사고방식의 결합은 모두에게 이롭다. 


이 당연한 사실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다시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할 일을 다 한 것 같다. 일단 우리집 서로 다른 삼형제를 더 관대하고 너그럽게 바라보는 연습부터 해보자. 그리고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적절한 타이밍에 제대로 할 수 있는 엄마가 되어보자.



인간의 다양한 지능과 그 모든 지능의 조합을
제대로 인식하고 육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마다 지능의 조합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굉장히 다르다.

- 하워드 가드너 (<비주얼 싱킹>, p.91)


상상스퀘어에서 운영하는 무료 독서모임 '씽큐베이션' 14기의 다섯 번째 책 서평입니다


참고: <생각의 탄생>, <평균의 종말>

메인 사진: 토드로즈 (출처: TE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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