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hought Lab

쥐에게도 있는 사춘기?

ASKHADA 3주차 Day 2

by 룰루박


� No Stupid Questions는 Freakonomics Radio Network의 인기 팟캐스트로,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질문들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대화를 담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 시리즈는 영어 스터디 ASKHADA의 일환으로, 매주 한 편의 에피소드를 함께 듣고 생각을 나누는 기록입니다.





1. 모든 포유류의 ‘청소년기’?


“사춘기라서 그렇지”라는 말로 아이들의 반항과 감정 기복, 위험한 행동을 너무 쉽게 설명해버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사춘기는 당연히 인간만의 현상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번 주, No Stupid Questions 에피소드를 들으며 사춘기는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지 뭡니까??


팟캐스트 호스트인 Angela Duckworth는 청소년 뇌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Larry Steinberg를 인용하며 이렇게 말해요


All mammals have adolescence… I find this fascinating, because there is a kind of teenage phase — even for, like, mice and rats.______No Stupid Questions #212


실제로 Weiss et al.(2020)의 실험에서, 수컷 실험용 쥐에게 낮은 보상큰 보상이지만 전기 충격이 따르는 위험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는데요. 또래가 함께 있을 때 쥐들은 위험 보상을 선택하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어요. 쥐들도 “peer presence effect(또래 존재 효과)”있다는 결과인거죠. 즉, 쥐조차 혼자 있을 때보다 친구가 곁에 있을 때 더 무모해진다는 이야기인데요. 이는 십대 인간이 또래와 함께 있을 때 무모한 결정을 내리기 쉬운 것과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더 찾아보니 쥐 뿐만이 아니었어요. 코끼리도 인간의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시기, 무리를 이탈해 반항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불필요해 보이는 싸움을 거는 사례가 보고된다고 나와있더라고요???


기존 논문을 조금 찾아보다보니 결국 모든 포유류에서 사춘기와 비슷한 행태가 발견된다는 걸 발견하고 너무 신기했는데요. 코끼리와 쥐의 연구 사례를 보며 사춘기의 위험추구가 특정 문화의 산물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내재된 발달 과정이라는 게, 매우 직관적으로 와닿더라고요.

26.png


2. 위험추구는 철없음이 아니라 ‘발달의 일부’


심리학자 Laurence Steinberg는 청소년기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듀얼 시스템 모델을 제시하는데요. 이 모델에 따르면, 뇌 안에서 두 가지 시스템이 서로 다른 속도로 발달한다고 해요. 하나는 보상을 추구하는 도파민 경로인데, 십대 후반에 이르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새로운 자극이나 스릴 있는 경험에서 성인보다 훨씬 큰 즐거움과 흥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반대로 충동을 억제하고 장기적인 결과를 고려하게 하는 전전두엽은 성인 초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전히 성숙합니다. 이 내용은 다들 너무 잘 알고 있는 부분이라 설명은 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제가 관심이 갔던 것은 이 두 시스템의 ‘시간차 발달’부분이에요. 뇌 속에서 엑셀은 이미 바닥까지 밟혀 있는데, 브레이크는 아직 덜 발달한 상태라 제동이 잘 걸리지 않는 셈입니다. 그러니 더 큰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더 강렬한 자극을 찾아 나서게 되는 셈이죠. 그러니까, 무모해 보이는 십대의 행동들이 결국 이 시간차 때문이라는 얘기죠.


그런데 이런 현상을 단순히 “철없다”라고만 봐야 하나? 그런 질문이 문득 떠오르더라고요. 왜냐하면, 왠만한 포유류에게 있는 과정이라고 하면, 오히려 이것은 진화적으로 설계된, 부모의 품을 떠나 독립을 준비하기 위한 생물학적 전략 아니냐 는 질문이 마음에 떠오르더라고요.


사족이지만, 며칠 전, 고양이들도 어느정도 새끼를 자신의 품에서 쫒아내는 장면을 봤는데요. 여기서 쫓겨나기는 하지만, 새끼 고양이의 뇌에 어느 정도의 무모함이 탑재되어야 실제로 부모 곁을 떠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시 정리하자면, 청소년의 자칫 위험을 추구하는 것 같은 행위는 어찌보면 사회와 환경 속에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뇌의 발달적 장치일거란,, 마음은 아직이지만, 머리로는 어느정도 납득이 되었습니다.



3. Cool vs Hot Decision-Making


Steinberg와 Icenogle(2019)은 청소년기의 판단을 두 가지 맥락으로 나눕니다. 하나는 cool decision-making, 다른 하나는 hot decision-making인데요.


Cool 상황은 감정적 압박이나 사회적 압력이 거의 없는 맥락입니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를 풀거나, 오늘 저녁 메뉴를 고르는 것처럼 논리적·분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16세 정도의 청소년은 성인 못지않은 사고 능력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어떤 영역에서는 더 신선하고 창의적인 해답을 내놓기도 해요.


반면 hot 상황은 달라요. 친구가 옆에서 “가자, 해보자”라고 부추기거나, 순간적인 감정이 격해져 있는 상태에서 내리는 판단을 말하는데요. 이때는 차분한 이성과 논리가 쉽게 무너지고, 충동이 판단을 지배하게 되죠. 심장이 두근거리고 땀이 나는 순간, 전전두엽이 제 역할을 하기 전에 이미 몸이 반응해 버리는 것이죠. (다시 강조하자면, 여기서 Hot decision -making 은 빠르거나 매운 의사결정이 아닙니다!. 누가 옆에서 부추기면 쉽게 반응하는 걸 표현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십대들이 논리적으로 부족해서가 아니라, 뜨거운 맥락에서 취약하다는 겁니다. 자칫 말장난 같지만 이 구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난 다음에는, “쟤는 왜 이렇게 생각이 없지?”라는 탄식보다는, “아, 저 상황이 뜨거운 맥락이었구나” 하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이 부분에서 쉽게 넘어가지지가 않았습니다. “특정 상황에서는 아직 훈련 중인 존재”로 보는 관점을 스스로 갖고 싶은데 매번 아이를 보며 "덜 자란 어른"으로 취급하며 나도 모르게 말이 툭툭 나와서 매일이 너무 고민이었거든요.



4. 실제 데이터가 보여주는 위험


실험실 연구는 흥미롭지만, 결국 현실의 데이터가 더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게 당연하죠. 미국 CDC와 NHTSA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16세에서 19세 사이 청소년 운전자는 주행거리를 보정하더라도 성인 운전자보다 약 3배 높은 치명사고율을 보인다고 해요. 특히 또래 친구가 함께 탈 때 사고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 안봐도 비디오죠?


저는 이 데이터를 보면서 “위험”이 단순히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뇌 발달의 교차 지점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혼자 있을 때는 비교적 안전하게 행동하지만, 친구가 곁에 있으면 마치 도파민 회로에 불이 붙듯이 행동이 달라지는 것. 이건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 나이 뇌가 원래 그렇게 작동한다는 뜻이니까요.


간혹 드라마에서, “우리 애는 착하고 성실한데, 친구 잘못 만나서 문제다?”라는 이야기가 다시 해석이 되더라고요. 실제 어떤 아이의 도덕성 문제, 혹은 친구 아이가 문제라기보단, 일단 우리 애 뇌가 보편적 발달 단계에서 나타나는 일반 현상적으로 이상해 보인다는 거죠.


그렇다고 다른 친구와 놀지 말라고 할 수 없잖아요? 우리의 십대를 무균실에서 키울 수 없거니와, 결국 적정 위험을 허용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수용하는게 더 현실적이겠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5. ‘Stupidass things’의 뉘앙스


Duckworth는 청소년기의 무모한 행동을 두고 이렇게 표현합니다.


“Adolescent mammals do, like, stupidass things, like, risk-taking, sensation-seeking behaviors…”


25.png?type=w1


여기서 stupidass things를 직역하면 “멍청한 짓”이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강하고 생생한 뉘앙스를 갖는데요 “위험하고 무모하며, 지나고 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는 행동”을 일컫는 말이에요. 한국어로 옮긴다면 “철없는 객기”나 “어이없는 무모함” 정도가 가까울 것 같은데요.


저는 이 표현이 굉장히 적절하다고 느꼈어요. 왜냐하면 청소년의 무모함은 한편으로는 위험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나이에만 가능한 용기와 에너지이기 때문이란 생각에서였어요. 성인이 되고 나면, 아무리 충동적이고 싶어도 계산과 현실 감각이 발목을 잡잖아요? 오히려 무모할 수 있는 힘 자체가 줄어드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아니면 이 무모함도 총량이 있어서 청소년기때 적절한 무모함을 경험해보지 못하면 성년이 되어 더 무모해질 수도 있겠단 사견이 들기도 하네요? ㅎ


그래서일까요? 초반에는 도대체 포유류에게 왜 사춘기가 있는 것이냐? 피곤하다! 이런 생각으로 이 글을 쓰다가요. 지금은 문득 정말 두려운 건 아이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그 위험조차 감수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오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어요.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뇌의 상태,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 그것이야말로 사춘기의 가장 소중한 자산일지도 모른다고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시기가 오지 않도록 억지로 막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함께요.




6. 중학생과 픽시 자전거


오늘따라 이렇게 할 말이 많은 것은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리집에 살고 있는 중학생 아이가 최근 픽시 자전거를 사달라고 조르고 있던 찰나였거든요. 참고로 이 픽시라는 자전거는 변속기도, 브레이크도 없는 고정 기어 자전거에요. 시속 20km만 돼도 제동거리가 일반 자전거보다 13배 이상 길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요. 처음에는 이렇게 위험한 자전거를 사달라는 아이를 뇌가 제정신이 아니구나’ 하는 눈빛으로 바라봤거든요.


팟캐스트도 듣고 이것저것 논문도 뒤적이면서 이 글을 쓰는데, 문득 같은 자전거이지만, 나에겐 생각만 해도 위험이 떠오르지만, 아이에게는 쿨함 혹은 자유처럼 보일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에 몸을 던지고 싶은 마음,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것이야말로 사춘기 뇌의 위험추구 본능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7. 뇌는 왜 이렇게 설계되었을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왜 인간의 뇌는 일부러 위험을 추구하도록 설계되었을까?


신경과학자들은 청소년기의 뇌가 단순히 “미성숙하다”기보다, 의도적으로 탐험을 하도록 설계된 뇌라고 설명합니다.


먼저, 도파민 보상시스템은 이 시기에 가장 활발하게 작동합니다. 같은 자극이라도 성인보다 훨씬 강하게 즐거움과 보상을 느끼기 때문에, 청소년은 새로운 경험을 더 적극적으로 시도하게 됩니다. 이 heightened reward sensitivity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세상을 탐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강력한 동기부여를 제공합니다.


또한 전전두엽은 일부러 늦게 성숙합니다. 충동을 억제하기보다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학습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남겨둔 것입니다. 실제로 전전두엽이 너무 빨리 성숙한 경우, 오히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능력이 제한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니 불완전함은 결함이 아니라, 청소년기의 특권이자 성장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마와 선조체의 연결 역시 강화됩니다. 이 덕분에 긍정적인 경험은 더 강렬하게 기억으로 남고, 다시 한 번 도전할 용기를 줍니다. 그래서 청소년은 작은 성취에도 크게 고무되어,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금세 다시 시도할 힘을 얻게 됩니다. 이와 맞물려 나타나는 긍정적 보상 편향은, 좌절보다 성취를 더 오래 간직하게 해주는 또 다른 설계 장치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회적 보상에 대한 민감성인데요. 또래 친구의 인정과 소속감은 청소년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상이라고 해요.


마지막으로, 편도체의 두려움 반응이 상대적으로 둔감해집니다. 새로운 환경에 뛰어들 때 불필요한 불안과 두려움이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안전장치이지요. 덕분에 청소년은 낯선 세계를 두려워하기보다, 호기심과 열정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위에 아주 긴 설명을 아주 짧게 요약해보자면, 청소년의 뇌는 보상에는 과하게 민감하고(도파민), 충동 억제는 아직 미숙해요(전전두엽). 그래서 위험해 보여도 새로운 걸 시도하고 배우는 데 최적화된 상태예요. 작은 성취도 크게 느끼고, 실패해도 금세 다시 도전할 힘을 갖을 수 있는 단계라는거죠!!!! 이 모든 요소들이 함께 작동하며, 청소년기의 뇌는 마치 정교하게 조율된 탐험 엔진이 된다고 해요.


그러니까 사춘기가 겉으로 보기엔 엄청 무모하고 위험해보이지만, 사실은 새로운 세계를 배우고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기 위한 완벽한 설계의 산물이라는 말이에요.




8. 나가며


오늘 이야기가 너무 길었는데요. 결국 사춘기의 뇌는 불완전한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불완전하게 설계된 뇌라는 걸, 학부모 여러분 인정하셔야 합니다. (저부터요!) 다시 말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게 하고, 새로운 세계에 몸을 던지도록 부추기고, 실패에서도 다시 일어나도록 설계된 정교한 시스템이에요!(인정하기 힘들겠지만, 노력해보자고요)

어쩌면 부모인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아이들이 위험을 찾는 모습이 아닐지도 몰라요.



위험은 커녕, 호기심과 무모함이 사라지고 세상과의 마찰을 피하려고 집에만 있는 아이

vs

무모하지만 또래 집단의 인정을 받으려고 무모한 짓을 한 두번 하는 아이



너무 극단적인 케이스라 둘다 싫긴 한데요. 어쨌든 요지는 어쩌면 사춘기의 무모함은, 아이들이 세상을 배우는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인간다운 방식인지도 모르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해봤고요.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무모함을 완전히 꺾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시도해보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켜보는 일 일지도 몰라요.



갑자기 소리없는 아우성처럼 조용히 외치고 싶네요. (무자식이 상팔자!)








참고문헌

Weiss, V. G., et al. (2020). Effect of a Social Peer on Risky Decision-Making in Male Rats. Developmental Psychobiology.

Steinberg, L., & Icenogle, G. (2019). Using developmental science to distinguish adolescents and adults under the law. Annual Review of Developmental Psychology.

Shulman, E. P., et al. (2016). The dual systems model: Review, reappraisal, and reaffirmation. Developmental Cognitive Neuroscience.

CDC (2022). Teen Drivers: Get the Facts.

NHTSA (2023). Teen Driver Safety.

Duckworth, A. & Maughan, M. (2023). No Stupid Questions: Who decided 18 is the age of adulthood? Freakonomics Radio Network.








#ASKHADA #영어스터디 #청소년뇌 #사춘기연구 #위험추구 #뇌발달 #탐험엔진 #사유하는글쓰기 #생각하는영어 #노스투피드퀘스천 #ASKHADA #영어스터디 #영어팟캐스트 #스터디기록 #프로세스이코노미 #영어표현 #생각을문장으로 #영어에세이 #함께공부 #영어공부기록 #공부기록 #영어글쓰기 #아스크하다 #팟캐스트영어공부 #영어팟캐스트 #nostupidquestions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8세가 어른이라고, 누가 언제 정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