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은 콩밭에 May 01. 2024

(독서)비틀거리는 소

아이바 히데오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에 속하는 추리소설은 처음 읽었다. 서사가 강한데, '서사가 강하기 위해서' 리얼리티가 촘촘하고 역동적이다. 그 말은 곧 현실세계의 복잡성, 총체성의 씨줄날줄을 정교하게 엮어나가는, 그러니까 '세상을 이해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실제 작가는 1989년 경제 신문에 입사해 2006년까지 17년을 기자로 일하다 전업작가가 됐다. 


시장경제와 유통생태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가 전제된 상태에서 그 세계를 부감으로 조망할 만큼 빼곡하게 실증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이런 소설을 쓸수 있겠다 생각했다. 이야기면서, 허구를 일부 첨가한 사회비판 미스터리로 느껴진 이유다. 


지루하지만 느긋하게 탐문수사, 신변조사를 진행해 증거를 쌓아가는 방식이 장기 취재와 매우 비슷하다고 느낌.


이 소설의 결말은 맥이 빠지지만 한편으론 지독히 현실적이어서, 비판의 갈래가 참으로 리얼하다고 느낌(대기업의 횡포, 유통자본주의) 


==========


도매업자에게 압력을 가해 동업자에게 가는 상품 공급을 늦춘다. 동종 매장의 인접 부지에 점포를 내서 상대가 백기를 들 때까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고졸로 밑바닥부터 시작한 다가와는 커리어처럼 사건 전체를 부감하는 능력은 없었다. 이케모토처럼 도주범을 끈질기게 쫓을 체력도 없었다. 누구나 꺼리는 지루한 탐문 수사와 신변 조사에서 활로를 찾았을 뿐이다. 


야지마에게 형사의 자질로 뒤진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수직적인 경찰 조직 안에서 커리어 상사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고객을 빼앗긴 지역 백화점은 시내 한복판에 콘크리트 폐허로 흉뮬스럽게 남아 있었다. 지금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전국 어디나 변함없어서. 지역 고유의 표정은 한 자락도 찾아볼 수 없었다. 


토지 가격이 영원히 상승하리라 예측했던 과거 은행과 마찬가지로, 상권이 계속해서 확대되어 임대료와 로열티 수업이 끊임없이 들어온다는 전제가 무너져버리면, 조직이 거대해진 만큼 경영은 힘겨워진다. 


최하 등급의 고기에 대량의 첨가물을 섞어놓고 거기다 물로 용량을 늘리니 걸레죠. 저가 선호가 강해진 까닭에 판매자는 납품가를 낮추려 했다. 제조업자는 한층 더 압박을 받았다. 이런 악순환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부재료와 첨가물 수를 늘린 게 미트박스라고 고마쓰가 단호하게 말했다. 식품첨가물이란 식재료의 손상을 줄이기 위해, 또는 상하기 쉬운 식품의 보존을 위해 고안되어 이용된 물질입니다. 첨가물이 들지 않는 식생활을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 실상을 알고 위험성이 높은 것을 피해가는 지혜를 가지고 있으면 되죠. 대량 구입으로 전세계에서 노폐우의 저질육을 모아 첨가물을 들이붙는 거죠. 자극이 강한 조미료 때문에 고기 본연의 맛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모순의 여파가 이러한 형태로 식품업계를 덮치고 있죠. 식품첨가물이나 화학조미료로 눈속임한 저질육을 이용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진짜 모습입니다. 


본부에서 상사의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는 건 최대금기였다. 상사에게 대들면 조직의 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저마다 꼼꼼한 수사를 통해 얻은 범죄자의 특성이나 민감하게 감지한 범죄의 냄새를 머릿속에 '감'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해둔다. 


조사를 해 보자 이물질의 정체는 상한 닭 모래주머니의 일부였다.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블렌더의 날에 문제가 생겨서, 모래주머니가 완전히 다쳐지지 않고 형태가 남아있었던 탓에 첨가물이 배지 않아 맛이 이상해진 것이다. 


방사능 문제가 터진 지 얼마되지 않았어. 멍청한 소비자는 또다시 들고 일어나겠지. 경시청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장본인이 되어서야 쓰겠나? 그럴 책임도 없어. 원래는 농림수산성이나 후생노동성이 주관할 일이라고. 


전직 형사인 구스미와 야지마 이사관보다 교활하고 세상살이에 능한 그 사내의 낯짝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경시청이나 경찰청에서 사건의 진상이나 동기를 바꿔치기한다는 소문은 여러번 들은 바 있었따. 정치적인 요인이나 외교적인 고려 때문이었다고, 동료 형사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설마 자신이 그런 일을 겪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영수증 처리를 할 필요 없는 자금을 매일 은밀히 넘기며 정보를 건네받았다. 그렇게 들어둔 보험이 이제와 도움이 되었다. 증거 수집이 불충분하거나 동기를 뒷받침할만한 확증을 가져오지 못하면 미야타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귀신으로 변했다. 미야타는 그와 다른 의미로 냉혹한 귀신이었다. 


비밀주의가 정보 공개의 필요성보다 우선되었다. 그리고 정부 관료는 도덕이나 윤리적 의미 뿐만 아니라 재정적 또는 관료적 정치적 의미를 가장 중요시해 행동했다. 

작가의 이전글 (독서)살아야 할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