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아산 현충사, 충무공의 사당
여행을 하다 보면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멋들어진 풍경에 매료되거나, 여행지의 추억이 되살아날 때도 그렇고 누구와 함께 여행했는지도 큰 영향을 받는다.
2년 전 현충사를 처음 찾았을 때는 추운 겨울이었다. 마침 아산에는 첫눈이 내려 아늑한 현충사를 걸을 수 있었다. 감탄사가 터질 만큼 압도적인 풍경은 없었지만 충무공을 모신 사당답게 성스러운 기운이 가득했으며 현충사를 둘러싸고 있는 방화산의 수려한 경관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그렇게 추억을 더듬어 다시 현충사를 찾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곡교천 은행나무길을 지나는 버스, 웅장한 은행나무가 전하는 청량감은 어마어마했다. 당장이라도 버스에서 내려 곡교천의 맑은 기운을 품고 싶을 정도였다. 버스는 금세 은행나무길을 지나 목적지에 가까워졌다.
아산의 오후는 여전히 맑음, 볕이 따갑긴 했지만 버틸만했다. 뚜벅뚜벅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이순신 기념관을 지나 충무문에 들어섰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현충사를 찾았다. 현충사는 단순 사당의 개념이 아닌 아산 시민들의 휴식처이기도 했다. 충무문 옆 연못에는 충무공과 그 후손들의 편액이 걸린 '정려'가 있는데 그 앞으로 예상치 못했던 배롱나무꽃을 발견했다. 볕에 비친 배롱나무의 녹색 잎과 붉은 꽃의 조화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한참을 자리에 서서 감상했다.
현충사 중앙부에 거대한 소나무는 현충사, 충무공 고택, 구 현충사, 충무문을 연결하는 길목이자 사당의 기품을 담당하고 있다.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노라면 압도적인 크기에 입이 벌어진다. 이런 수려한 풍경은 홍살문 소나무길을 지나 사당 앞까지 이어진다. 사당에 올라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를 마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참배의 효과였을까, 고된 여행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나의 두발은 푸른 하늘만큼이나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