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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자 Sep 24. 2023

주말 달리기 06_10km 코칭 by 남편



서울 D-14

춘천 D-35


다음 주는 추석연휴가 껴있어 이번주눈 무조건 거리를 18km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남편이 굳이 나의 달리기 코칭을 해주겠다며 10km 1시간 목표로 달리자고 했다.


나는 누가 나를 틀에 가두거나 자기 방식대로 지시하면 절대로 따르지 않는 청개구리형이라 남편의 코칭이 그다지 달갑지가 않았다. 하지만 지난주 슈퍼블루 마라톤 10km 달리기 이후 나는 10월 서울 레이스 하프 코스 완주가 두려워졌기에 일단 남편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아침저녁으로 달리기 딱 좋은 날씨 덕분인지 아님 거리와 속도를 신경 쓰지 않고 남편의 페이스에 맞춰 뛰기만 하면되기때문인지 첫 4km는 남편의 코칭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그러다 5km쯤  남편이 조금씩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나는 숨이 가빠져 코로 호흡하기 힘들어졌다.


"지금까진 뛸만하지?"

"아니, 말 좀 그만시켜."

"말 대답 하는 거 보니 더 빨리 달려도 되겠네."

"시끄러워"

나는 헉헉 거리며 죽겠는데 남편이 자꾸 말을 건다.


7km를 접어들었을 때, 남편은 또 말을 걸었다.

"이제부터 힘들 텐데 얼마 안 남았어."

"...."

"힘드냐?"

"...."

"이제 다섯 바퀴만 뛰면 되니까 좀 더 빠르게 달리자."

"야! 시끄러워. 그만 떠들어. 나 죽겠다고."

"잘하고 있어. 좀 더 빨리 뛰어."

'아오, 그 입 좀 다물어라. 근데 내가 왜 이 사람 말을 들어야 하는 거야. 내가 왜 뛰어야 하는 거야.'라며 나는 속으로 화가 났다. 나는 혼자 씩씩거리다 보니 어느덧 9km 구간에 들어섰다. 숨이 넘어갈 것 같던 나의 호흡이 조금씩 안정을 찾았고 몸이 가벼워졌다. 남편이 어찌 내 상태를 알았는지 남은 1km 좀 더 빨리 달리잔다. 남편의 말에 나는 짜증도 났지만 신기하게 욕심도 났다.




10km 1시간 1분 4초

1시간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골인했을 때 나는 생각보다 힘들진 않았다. 나는 남편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1km 정도는 더 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남편에 대한 나의 감정이 어떤 듯 상관없이 오늘 이렇게 뛸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의 코칭 덕분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남편, 덕분에 잘 뛰었소. 고맙소.'


추석연휴가 지나면 바로 대회다. 대회가 다가올 수록 완주에 대한 자심감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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