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사랑의 흔적을 남기는 것과 같다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많은 사랑의 흔적들을 남기며 살아온 사람들,
펜과 원고지를 든 작가는 그 흔적들을 한 곳에 모아 펜과 원고지에 몸을 맡겨
글로 탄생시킬 준비가 되었다
원고지 위에서 춤을 추는 펜은 파편처럼 나뉜 흔적들이 각각의 낱말로 변신시킨다
낱말들은 이제 원고지 위,
무도회의 주인공들이 되어 격양된 춤사위로 서로의 짝을 찾고 있다
모두가 짝을 찾아 문장이 된 낱말들 사이에서 짝을 찾지 못한 낱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낱말들을 ‘싱글’이라고 한다
싱글들도 저마다의 사랑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짝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글의 짜임새에 어긋나는 위치에 배치되곤 한다
처음에는 글 전체의 짜임을 방해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존재인 양 인식된다
하지만 그런 인식은 작가 혼자만이 글을 쓸 때의 이야기이다
직업으로써 작가는 글을 쓰고 독자에게 파는 사람이다
독자와 작가의 중간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바로 편집자이다
편집자는 작가가 놓친 부분을 찾거나 고치는 역할을 한다
그런 편집자 에겐 싱글은 미운 오리 새끼에 등장하는 백조 새끼다
편집자는 싱글이 왜 싱글인지 이해하고 가장 빛나는 자리를 찾아준다
비로소 싱글은 어쩌면 글에서 그 어떤 문장 보다도 아름답고 중요하게 변해있다
싱글도 사랑받을 준비가 되었다
그제야 모든 사랑의 흔적이 사랑받을 준비가 되었다
책이 완성되었다.
-2023. 12.22 06년생 편노 씀-
편노에게 제가 몸담고 있는 이상한 마을 파티의 축사를 의뢰했습니다.
어떤 파티인지 알리 없는 그는 저의 의뢰를 무시한 채, 그냥 본인이 쓰고 싶은 시를 배달해 줬네요.
그래도 뭐라도 배달해 줘서 감사할 뿐입니다.
시인: 편노 (땡자네 큰 아이)
성별: 남
태어난 해: 2006년
취미: 시 짓기, 사진 찍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