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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자 Jun 29. 2024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엄마 나이쯤 되는 MBTI ‘F’ 성향의 잔소리꾼인 친한 언니가 생겼다. 언니의 이름은 나탈리 골드버그다. 나탈리 언니는 37년 이상 글쓰기와 문학을 가르쳐온 세계적인 명성의 글쓰기 강사다. 1986년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출간하면서 글쓰기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가 되었다. 그 뒤도 글쓰기 관련된 책을 출간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 만난 나탈리 언니의 첫인상은 별로였다. 작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 선(禪)‘수련 얘기하지 않나, 언제 봤다고 해라, 마라 조언한다.

 뼛속까지 청개구리 형에 MBTI ’T‘인 나는 ’ 실천적으로 글을 쓴다는 의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를 충실하게 살겠다는 뜻이다 (p.17)’라는 문장을 읽다가 ‘뭐! 그럼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인생을 막산다는 거야! 글쓰기가 뭔데 이렇게 거창해.’라고 생각했다. 나탈리 언니는 ‘강박관념을 탐구하라’ 장에서는 작가란 결국 자신의 강박관념에 관해 쓰게 되어 있다. (p.82)’라고 단언한다. 나는 또 거기서 어깃장을 놓았다. ‘강박관념? 나는 없는데. 그럼 나는 쓸 소재가 없다는 거야. 웃기네.’라며 책을 그만 읽을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그 뒤로 세부 묘사의 중요성, 사물을 볼 때 고유한 이름을 불러주고, 그것을 우리 삶의 세부 사항으로 써 내려가는 방법 등 직접적으로 어떻게 쓰라고 가르쳐주지는 않지만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나탈리 언니는 밀당의 고수이거나 나 같은 모지리 동생들까지도 보듬을 수 있는 아량 있는 사람이다.

 책은 총 62장이지만 장마다 페이지 수가 많지 않아 빨리 읽힌다. 나탈리 언니의 말처럼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마음대로 손이 가는 대로 펼쳐 놓고 읽어도 좋다. 처음 이 책을 읽는 나는 순서대로 읽기 시작했고 그중 41장 ‘의심이라는 생쥐에게 갉아 먹히지 말라’와 50장 ‘규칙적인 연습은 창조력을 마비시킨다.’라는 장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누가 내 글을 읽겠어?’, ‘시간 아깝게 돈도 안 되는 글을 왜 쓰는 거야?’,‘난 글쓰기에 재능이 없어. 재능 있는 사람들이나 쓰는 거지’ 등 의심과 의혹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든다. 그런데 잘 나가는 나탈리 언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고 한다. 나탈리 언니는 의심과 의혹에 귀 기울이지 말라며, 의혹이 이끄는 곳으로 가보았자 고통과 부정적인 마음만 만나게 될 뿐 글쓰기에는 도움이 ‘1’도 되지 않는다고 격려해 준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서 규칙적으로 글쓰기를 하지 않는 내가 게을러 보여 한심하게 느낄 때가 있다. 나탈리 언니가 그걸 어떻게 알고는 매일 글을 쓰는 사람 중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이유는 글쓰기를 의무감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얘기해 준다. 의무감으로 글을 쓰고 있다면 당장 글쓰기를 그만두고 잠시 글쓰기와 거리를 두라고 한다. 그리고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갈증을 느껴, 말하지 않으면 병이 날 것 같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글을 쓰라고 한다. 그리고 끝으로 글쓰기를 결심한 날, 갑자기 아이를 치과에 데려가야 한다면, 짜증 내며 글쓰기를 포기하지 말고 치과 대기실에서 글을 쓰면 된다고 한다, 시간과 환경은 글쓰기에 어떠한 영향을 주지 않으니 그냥 자신에게 충실하고 정직하게 몰입해 써 내려가라고 한다. 나탈리 언니의 얘기를 읽다 보니 매일 책상에 앉아도 아무것도 써지지 않을 때가 있었고,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자면서도 내일 아침에 이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눈 뜨자마자 글을 썼던 때가 생각났다.

 나탈리 언니는 이야기 친구나 이야기 모임을 만드는 것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는 <뼛속까지 내려가 써라>, 이 책을 통해 이야기 친구이자 글쓰기 선생님인 나탈리 언니를 만났다. 그리고 언니말대로 이 책을 읽는 데에서 끝내지 말고 뭐라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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