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내 보험은 (무)배당일까
배당/무배당
투자나 금융 상품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분들은 배당이라는 뜻이 생소할 수 있지만, 배당이라는 단어는 주로 주식이나 보험에서 많이 듣거나 보았을 것이다.
주식에서 일반적으로 배당주라고 하는 주식은 기업의 이윤을 주주들에게 일정 부분 분배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에서의 배당도 같은 의미로 보면 된다. 유배당은 계약자의 보험료로 인해 어떠한 차익을 보았을 경우 이를 분배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도 그렇고 이미 오래전부터 보험 상품을 보면 상품 제목 앞에 (무)배당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마치 상품 제목과 하나인 것처럼 보여서 금융 용어가 익숙하지 않거나 잘 모르는 경우에는 그냥 해당 상품의 이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꽤 있었다.
이는 말 그대로 배당이 없다는 뜻이며, 계약자의 보험료로 어떤 수익이 났을 경우에 계약자와 수익 배분을 하지 않겠다라고 해석하면 된다.
예를 들면, 보험을 중간에 해약해서 회사가 이익을 보거나 계약자가 약관대출을 하거나 또는 회사가 해당 자금으로 투자를 해서 수익이 날 경우 이 수익금들은 모두 주주나 회사가 가져가게 되어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결국 무배당 상품은 보증 금액 이상으로 가져갈 수 있는 확률이 상당히 적다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국내에도 유배당 상품들이 꽤 있었지만, 회사들의 배당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현재는 거의 모든 상품이 무배당 상품이라 할 수 있는 형태이다.
이는 이미 대략 2000년도 이후에는 무배당 보험이 대부분을 지배하였으니 꽤 오래되었다.
무배당으로 변경하는 대신 보험료를 낮추겠다는 명목이었지만, 크게 와닿지 않으며 과연 이것이 계약자에게 유리한 형태였을까? 유배당보다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유배당 보험 자체가 보이지 않아 비교가 불가하기에 대체 정말 저렴하게 주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현재의 금리 연동형 저축 보험 또는 개인이나 담당자가 꾸준한 펀드 변경 등 관리가 필요한 변액연금 상품 등이 장기 저축의 장점을 크게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해외 다른 국가들의 경우에는 배당 상품 형태가 대부분이다. 가까운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무배당 형태의 상품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경우도 없다. 사실 아시아 국가들뿐만도 아닐 것이다.
아래는 보험 전문 리서치 기관인 밀리만에서 아시아 보험 시장에 대해 조사한 2016년 리포트 내용 중 하나이다.
한국 보험 시장에 대해 언급한 파트를 보면 '다른 아시아 마켓과 다르게..'라고 시작하며 다른 국가와 다르게 무배당 상품이 지배하고 있는 특이한 점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래프를 보면 배당보험료가 2016년도에는 1.65%밖에 되지 않는다. 이전에 가입한 사람들의 보험이 남아 있는 비율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잠깐 국내 보험이 무배당으로 변화된 역사를 보자면, 1992년 이전에는 보험사들이 유배당 보험의 납입 보험료로 성장을 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에는 유배당 보험만 판매가 가능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2년에 외국계 보험사가 들어오면서 무배당/유배당의 선택이 가능해졌고 가격을 낮춘 무배당 보험을 공격적으로 판매하며 경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1997년 IMF 사태가 터지면서 당장 보험료가 조금 더 저렴한 무배당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 시작하였고 보험사들도 시장금리 하락으로 자산운용 수익보다 보험금 지급이 더 많아지는 역마진이 발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연히 회사 입장에서는 유배당 상품이 부담되었고 운용 수익이 좋지 않은 상황에 계약자 배당까지 신경써야 했으니 판매 유인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시 대부분의 유배당 상품이 중단되기 시작한 배경이다.
금융소비자원에서는 보험사들이 자신들에게 이득이 안되는 유배당보험을 의도적으로 사장시켰다며, 다시 활성화를 요구하였지만, 이제 보험사는 무배당 보험의 장점 마저 잘 지켜지지 않은 채 모든 이익을 독식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예전에 연금 활용 글로벌 달러 상품에 대해 포스팅한 글을 보면 해외가 많은 수익 구조가 나올 수 있고 국내와 다를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배당 형태의 상품이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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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예전에 가입한 유배당 상품들이 있는 분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유지를 반드시 하기를 바란다.
보험을 보장 목적이 아닌, 저축이나 투자 또는 자산을 불리기 위한 목적으로 독과점 형태의 산업인 국내 보험을 활용하기에는 분명 한계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금융 환경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고 개선되어야 하지만, 우리들도 지금껏 불합리한 환경 속에 익숙해져서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