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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조 Apr 11. 2019

미안함과 힘듦의 오묘한 줄타기

육아를 덜 힘들게 할 수 있는 방법 찾기

 100일이 지났다. 


 100일의 기적도 100일의 기절도 오지 않았고 그저 누굴 위한 100일인지 모를 행사만 지나갔다.

 양가 부모님의 성화와 이제는 보여주어도 되지 않나 싶은 가까운 친지들 초대 그리고 내 눈에 세젤귀인 아기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욕심이 더해져 고생을 샀다.


 역시나 아기는 제시간에 낮잠에 들지 못했고 그 후폭풍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손탔네. 손탔어."


 손을 탔다는 말. 누가 듣기 좋겠는가? 이 같은 가족행사나 일박 이상의 가족의 방문에서는 아기는 항상 누군가의 품에 있게 된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너무 귀여운 손주인지라 안아주는 순간이 전혀 힘들지 않다. 그리고 두 분이 번갈아 안아주고 엄마 아빠가 칭얼거릴 때 달래느라 안아주다 보면 아기는 종일 안겨있고 그게 좋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럼 나는 손목과 어깨를 내어 주고 아기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손은 누군가가 태우고 떠난다.

 울리면서 키우라고 하곤 우는 모습은 보지 못하시고 바로 안아준다. 그 상황을 아기가 학습하고 모두가 떠난 다음 응용한다. 이러면 안아주던데 하고 자지러지게 넘어간다. 엄마의 허리도 내어준다.


 이후에도 누군가의 방문, 주말, 외출 등의 이슈에 아기의 일상이 변화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 계획했다. 약속시간은 아기 낮잠시간으로 맞추고 외출도 컨디션이 좋을 상황에만 나가려고 노력했다.

 안 나가고 안 만나면 되지 않냐고? 그럼 엄마7일 깨어있는 시간에는 옹알이 대화만 하는 사람이 된다. 사회성도 잃어가고 말도 유아틱 해진다. 점점 사회와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이런 마음의 짐들이 나는 육아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것조차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 소중하고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기인데 왜 나의 육체는 따라주지 않으며 내 마음은 도망칠 궁리를 하는 것 마냥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아기와 엄마의 시간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기에게 모두 맞추는 엄마도 있을 것이고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아기를 그것에 맞추는 엄마도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그 둘을 적절하게 혼재해 멋지게 육아를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무심한 사람들이 그거 좀 틀어진다고 큰일 나나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기는 스펀지와 같기에 영향을 크게 받고 후폭풍은 상상 이상이다.


 많은 육아 전문가들이 다른 조언을 한다. 울리는 건 절대 안 된다. 수면 교육하지 마세요. 많이 울면 뇌의 특정 부분에 손상이 가요. 아기는 조금 울어도 됩니다. 울음의 총량은 같아요. 일찍부터 울려서 익숙하게 만드는 게 이후에 수월한 육아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모든 육아가 그렇듯 정답은 없다. 엄마가 판단할 것이고 아기에게 최선의 선택이다.


 왼쪽 손목이 망가지는 게 느껴진다. 안타깝게도 맛이 간 손목을 되돌릴 수 없다. 그냥 덜 쓰고 회복을 기다리는 방법 밖엔 없는데 아기는 운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출산과 육아는 주위의 도움이 무한하게 필요로 하는 일이다.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이 아이와 엄마를 덜 힘들고 행복까진 아니더라도 할만하게 만든다.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섣부른 참견은 하지 말자. 그저 응원하고 맛있는 거나 사주면 될 일이다.


 아직도 덜 힘들게 육아하는 법을 찾진 못했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일과를 꾸려가고 아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파악해 적절하게 활용하고... 어찌 보면 요령처럼 보이지만 엄마의 고충을 덜어주는 방법들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뭘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그게 현명한 행동이니 그러려니 하자. 그리고 모든 선택에 있어 우선순위는 아기가 되어야 한다. 엄마의 욕심으로 아기를 힘들게 하지 말자.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웃으며 아기의 칭얼거림을 받아줄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육아에서의 또 다른 꼼수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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