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수업에서 흔히 묻는 질문들
호흡에 집중하며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껴봅니다.
내쉬는 숨에 머릿속 생각을 비워봅니다.
이완하며 내 머릿속 생각을 내려놓습니다.
요가 수업의 초반 호흡을 하며 들었던 문장들이다.
그냥 쉬던 숨인데 새삼스럽게 집중을 하면서 선생님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정말 머릿속이 비워지는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한다. 이 이유로 요가 수업이 좋아지고 명상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명상을 처음 시작하면 호흡에 집중하는 법을 배운다. 대표적인 수행법인 '사마타'에서 한 가지에 집중하는 연습을 한다. 그 시작이 호흡이다. 처음에는 호흡에 집중하는 것은 너무 낯설었다. 평소 쉬어지니까 쉬는 숨을 느껴보라니 생경했다. 호흡의 시작과 끝을 찾기보다는 상대적으로 큰 복부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의식적으로 깊은 복식호흡을 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호흡에 따라 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관찰한다. 호흡을 관찰하다 보면 다른 곳에 향하는 관심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그러다 이 또한 익숙해진다. '할만한데?'부터 '선생님 목소리 좋다, 여기 향냄새가 좋다, 다음 주에 또 와야지' 등 수만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처음엔 의식도 못하고 상념에 빠지다가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면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주의를 가져옵니다.'라는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다른 생각에 빠진 걸 알게 된다. 내가 생각을 많이 하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에 끌려다니며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한곳에 집중하다 보면 주의를 한 곳으로 모았을 뿐인데 다른 생각들이 점점 사그라든다. 무엇인가에 집중함으로써 다른 생각들이 일어나지 않게 한다. 머리를 비우는 게 아니라 한 가지만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아파오던 머리가 조금씩 공간이 생기는 것 같다. 한 번에 한 가지를 느끼는 방법을 익히고 연습한다. 그럼 나의 마음, 나의 상태, 나의 공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된다. 현존이 이런 거구나 경험해본다.
머리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할 때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그렇지 않다. 멀티 테스커가 추앙받고 한 번에 많은 일을 처리해야 효율적이란 평가도 들을 수 있다.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하면 하나하나 집중해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한다는 인지조차 없이 흘러가듯 한다.
이것이 습관이 되면 머리는 즐거운 순간은 지나가듯 스쳐버리고 실수 또는 힘들었던 순간을 아주 깊이 기억한다. 또다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곱씹는다. 머리는 감정을 학습한다. 괴로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한다.
나의 명상의 시작은 복잡한 머리를 비워내고 어떤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고 단단하고 의연한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이었다. 그리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타인을 위하고 싶었다. 나는 성자를 꿈꿨다. 그러나 나의 바람과 달리 머리는 잠자기 직전에도 내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잠에 들지 못하고 불면증으로 뒤척이고 편두통으로 약을 먹었다. 명상을 하면 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의 이상향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의 머리는 비워졌는가.
대답은 네니오. 비워진 것은 아니나 맑아졌다.
내가 원했던 머릿속 공간이 생겼다. 나를 괴롭히던 불면증과 두통에서 벗어났다.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면 되니 삶이 더 단순해졌다.
명상은 많은 것들을 해결해준다. 문제의 해답은 늘 내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