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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조 Jun 12. 2020

멀티테스커의 불충분한 하루

정신없이 살고 있는 나에게 던지는 일침

 할 일은 늘 내 곁에 있다. 일에 대해 걱정만 하고는 또 다른 새로운 일을 벌인다. 나는 모든 것을 벌려놓고 수습해가며 바쁘게 사는 나에게 심취하는 특이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

 나의 삶은 아주 바쁜 주방과 같다. 스타터에서 디저트까지 나가는 곳 완성도 높은 메뉴의 레스토랑이 아니라 여러 메뉴를 적당히만 만들어 나가는 장인정신은 조금 결여된 식당이다. 도움을 주는 이들의 레시피를 보며 장은 누군가 대신 봐줘가며 운영하고 있다. 언젠가는 멋진 식당을 차릴 것이라 꿈을 꾸면서 실천 없이 하루를 보낸다.

 대부분의 일을 마감기한에 맞춰 빠듯하게 시작하고 황급하게 마무리한다. 미리 하면 잘 될 일도 시간에 쫓겨 대충 뭉쳐 던져놓듯이 처리한다. 늘 그래 왔기에 잘못된 부분도 인지하지 못했었다. 매거진도 글쓰기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다가 몇 년간 얼마를 채워왔던가. 육아의 고충 토로의 창구로 시작했다가 명상과 요가에 관한 글을 써야지 하고 카테고리를 나누었다. 전형적인 ENFP, 나무의 성향, 물고기자리의 삶을 살고 있다. '이런 부분을 주의하세요.'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천은 전혀 되지 않는다.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고 조금 나아졌나 싶었는데 나의 습관은 최근 다시 도드라진다.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또 요가원 오픈까지 사서 일을 벌이고 있다. 나의 역량을 넘어선 시간 활용으로 무엇하나 완성은 되지 못하고 시작만 되고 있다. 이 업무의 홍수가 언젠가 휩쓸리듯 마무리되겠지. 미래의 나에게 모든 일을 미루고 있었다.


 한 학기가 지나간다. 이번 학기에는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된 수업이 많았다. 그중 산스크리트어 기초과목을 청강하고 있었는데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가 내 순서가 왔다. 교수님이 시키신 연습문제에 대한 답을 아주 어설피 했다. 어찌나 부끄럽던지 지금도 그 순간과 그 대답을 생각하면 얼굴이 달아오른다. 수업을 들으면서 일 생각을 하고 일을 준비해야 할 때 다른 책을 본다. 육아를 하며 논문 생각을 하고, 논문을 읽다가 아기 사진을 본다. 우리의 뇌는 쉬는 시간에 불안을 느낀다. 나의 삶이 그렇다. 깨어있으려는 노력이 없으면 불안은 엄습한다.


 불안은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

 과거 스트레스가 나의 성장 원동력이라 믿고 산 적이 있었다. 그 결과로 얻는 건 불신과 쇼핑중독과 건강검진 이후 추가된 재검들이었다. 과한 불안에서 조금 벗어나기. 이것의 실천이 되어야 편안한 삶이 실현 가능하다.

 명상을 할 때, 요가 수업을 할 때, 수련을 할 때만큼은 아주 충만하다. 그 외에 삶은 어떠한가. 수련의 물리적 시간에 비례해 내 삶의 충실도는 올라갔었다. 깨어있음을 느끼고 있을 때, 명상 상태가 생활 속에 연장이 되어있을 때의 삶 또한 충만했다. 그러나 그 자각이 깨어진 순간, 불안이 엄습한다.


 늘 현현을 꿈꾸지만 그건 신기루와 같다. 어제보다 1분 더 현현하기를 기대하며 지금 이 불안한 순간까지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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