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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은지 Oct 22. 2017

지금

까만색


지금  33.4×45.5cm  acrylic on canvas  2015


아마도 사랑은 텅 빈자리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하는데도 외로울 수 있다. 빈자리로 외로운 사랑을 시간에 빗대어 그린다.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 시간이 흐르지 않고 머문다면, 현재는 비워져 있다고 본다. 사랑에 관해서 깨달은 바가 있더라도 당장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 잘 고쳐지지 않는 습관처럼 말이다. 현재 가진 생각과 다르게 과거에 했던 행동을 하고 후회할 때가 있다. 비어있는 시간 탓이다. 나는 기억으로 남기고, 다른 나를 찾는다. 과거의 나로 현재를 살아도 좋다. 단지 그럴 수만 있을지 의심한다. 메우지 못한 자리는 불균형할 여지를 암시하고, 사랑으로 인해 가슴 한편이 무너져버리는 일이 생기는 이유를 설명한다. 지금 모습의 연속으로 살아가는 듯해도 실은 아니다. 지금은 채우고 살아내야 할 시간이다. 사랑도 그렇다. 그러므로 그러한 사랑이 있고 없고를 이야기하기에는 시작부터 오류다. 그렇지 않다면 빈자리를 보고 나서야 사랑을 자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미 느낀 사랑을 사랑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게 부자연스럽지 않은지 묻고 싶다. 그보다 빈자리가 차지하는 부피가 얼마나 크게 다가올 수 있는지 진단하고, 사랑을 헤아리기 바란다. 아무래도 사랑은 존재라기보다 현상에 가깝다. 즉 허한 자리일지라도 외면해서는 사랑할 수 없다. 그리고 사랑을 일구더라도 전과 다른 이유로 외로울 것을 안다. 지켜야 할 자리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붙임   |   사랑에 대해 생각할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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