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한소울 Jul 29. 2021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다♡ -

얼마 전에 우연히 만난 어떤 사람이 나를 자꾸 행복한 상상에 빠지게 만든다.

     

그는 내 마음을 알아주려고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같이 좋아하고 싶어 한다. 내가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것을 기뻐하고 격려해준다. “오늘은 무슨 글을 썼어요?”, “글쓰기 수업은 어땠어요?” 때마다 물어 봐주고, “열정 있는 모습이 멋져요.” 응원까지 빼놓지 않는다.


내 이상형은 ‘말을 예쁘게 하고, 평소에도 책을 읽고,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다. 알면 알수록 딱 그인데, 말은 안 해주고 있었다. 그가 내게 마음을 고백했을 때, 나 혼자만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을 수는 없어서 말해주고 말았다.


“그런 사람 없어.”

“그런 쓸데없는 거 따지다가는 아무도 못 만나.”

“차라리 키가 몇 센티 이상, 직업이 뭐였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해야 누가 소개를 해주지.”     


내 소중한 이상형 조건은 종종 비판받아왔다. 실제로도 그런 사람은 만나기 힘들어서, 나중에는 나도 조금 포기한 마음으로 이상형 조건을 점점 줄여나가고 있었다.     


그와의 만남은 선순환의 연속이다. 마음에 사랑이 많아서 언제나 포근하고 따뜻한 마음을 내어주니 그 앞에서 내가 착하게 굴지 않을 수 없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 오는 마음이 고우면 가는 마음도 곱다.     


“헤어지는 게 아쉬워요. 오늘 시간이 너무 빨리 갔어요. 혹시 저만 그런 건가요?”

“맛있는 걸 먹으니까 생각나요. 보내주고 싶은 맛이에요.”

“곧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레서 가슴이 막 간질간질해요.”

“오늘 너무 예뻐서 제가 말을 좀 횡설수설했던 것 같아요.”     


듣고 싶었던 말을 넘어서 상상도 못 했던 듣기 좋은 말도 있다. 들어 본 적 없고, 어색하고, 쑥스러워도, 듣기 좋은 말은 어쨌거나 듣기에 좋다. 게임으로 따지면 HP가 100% 회복되는 느낌. 어떨 때는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것 같은 느낌.     


이런 칭찬을 받으면 뭐라고 대답해주어야 할까? 본인이 듣고 싶은 말을 내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알면서도 그와 똑같은 말을 내 입으로 하려면 냉골 같은 내 마음이 좀 더 따끈따끈하게 데워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겨우 용기 내서 “그런 말을 해줘서 너무 좋아요. 요즘엔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기분이에요.”하고 슬쩍 따끈한 정도로 화답해본다. 내가 그 사람을 이만큼만 좋아해서가 아니라, 내 용감함이 아직은 여기까지인 탓이다.     


누구도 뜨겁게 사랑하지 못할까 봐 슬퍼했던 일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리고선 내 사랑은 풍덩 빠져버리는 종류가 아니라 적립식이라는 걸 알았다고 적었다. 그의 사랑은 하나도 빠짐없이 내 마음에 차곡차곡 적립되고 있다. 특히 예쁜 말에는 이자도 팍팍 붙는다.     


나름대로 길었던 시행착오를 거쳐 내가 찾은 사랑의 목적지는 ‘관계’ 그 자체다.      


처음엔 내가 못 가진 것들을 가진 사람들이 좋았고, 그게 내 ‘결핍’이라는 걸 알았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너를 통해 가지려고 하는 일이 나를 초라한 사람으로 만들고, 상대방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 후로 한참을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은 내가 직접 가지려고 노력했다. 가질 수 없는 건 포기하는 법도 배웠다. 결핍을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마음먹으니까, 한동안 내게 사랑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다가 “지금 안 만나면 나중엔 만날 만한 사람이 없어서 못 만나.” 같은 말을 듣고, 왠지 모를 불안감이 피어올라 다시 사람을 만났다.


오직 ‘사랑’을 위해서, 우리가 만나서 주고받을 수 있는 건 ‘사랑’ 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많이 바라는 것도 아니고 사랑만큼은 줄 수 있지 않냐고, 어디다 맡겨놓은 사랑이라도 있는 양 당당하게 굴었다. 당연히 맡겨놓은 사랑 같은 건 있을 리 없었다.     


한참을 헤매고 나서야 내가 누군가를 만난다면 분명한 건 딱 하나, ‘관계’를 얻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영원할 수도 있고,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 ‘관계’ 말이다. 우리는 특별한 관계일수록 많은 환상을 가지지만, 모든 관계는 신중하고 섬세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제 막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작했다. 차근차근 조심스럽게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관계를 쌓아나가면 좋겠다. 내일 일어날 일은 알 수 없으니, 오늘을 더 힘껏 즐거워하고 실컷 행복해야지. 그저 내일의 나에게도 기적 같은 행운이 함께하기를 빌어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애란 무엇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